2006년 8세대 출시 이후 6년만에 등장한 올 뉴 시빅의 구성은 세 종류. 2개는 1800cc의 사양별 특성에 따라 LX와 EX로 나뉘고 나머지 하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다. 기자가 비교 시승한 차량은 고급사양의 시빅 1.8 EX와 시빅 하이브리드다.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에서 강촌역을 오가는 10km 구간은 하이브리드를, 46번 국도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홍천에 이르는 100km 구간은 EX를 타고 시승해봤다.
◆혁신의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로 이어져
1970년 미국 국회는 머스키법을 통과시켰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당시 시점의 10% 이내로 줄이라는 내용이었다. 내연기관 멸망법이라는 혹평이 붙을 만한 규제였다. 이때 가장 먼저 깐깐한 기준을 통과한 차가 시빅이다. 대부분 촉매정화장치를 달아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려 했지만 혼다는 예연소실식 디젤엔진에서 힌트를 얻은 CVCC엔진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이후 석유파동으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위기를 맞을 때도 뛰어난 연비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던 차가 시빅이다.
혼다가 2012년형 시빅에서 변화를 꾀한 부분은 연비성능 향상이다. 1.8L I-VTEC 엔진을 통해 연비가 약 9% 향상됐다. 공인연비는 EX 14.5km/L, 하이브리드 24.7km/L다. 특히 하이브리드는 토요타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는 차다.
먼저 탑승한 시빅 하이브리드는 연비 면에서 우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대한의 능력치를 확인하기 위해 폭주와 급정거를 반복하는 과격한 주행에서도 17.5km/L의 연비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에서 한계를 보이는 초반 가속성도 나쁘지 않았다. 발진가속 시 엔진과 보조모터가 동시에 작동해 힘찬 출발을 돕기 때문이다.
I-VTEC 엔진과 IMA 모터는 상황에 따라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저속에서는 엔진이 쉬고 모터만 일한다. 동력은 감속 때 충전되는 배터리에서 얻는다. 가속을 하면 발진 때와 마찬가지로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고, 고속 시에는 엔진의 힘으로만 달린다. 감속을 할 때 엔진은 쉬고 속도에너지는 배터리에 차곡차곡 쌓인다.
가속 페달을 밟자 엔진은 기대 이상이다. 정지 상태에서 120km/h까지 무난하게 도달한다. 도로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의 가속을 하지 못했지만 가솔린 차량에 탑승한 것과 차이가 없을 만큼 힘이 좋다. 1.5L I-VTEC 엔진에 17kw의 전기모터의 조화는 합격점을 줄 만 했다.
반가운 점은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간혹 보였던 밀림 현상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언덕길에서 정지했다가 브레이크를 떼면 뒤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SA, Hill Start Assist)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가속력 좋지만 거슬리는 소음
가솔린 모델인 시빅 EX는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다양한 시승코스로 채워졌다. 2인 1조로 이뤄진 시승코스에서 기자는 연비 운전에 집중했고, 동승자는 성능 운전에 초점을 맞췄다.
가속페달은 민감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늦은 출발로 인해 얌체운전자의 끼어들기를 바라봐야 하는 운전자에 충분한 방어 도구다. 코너링도 무난하다. 굽이치는 경춘국도를 감속을 아끼고 달려도 불편함이 없다.
초반 가속이 잘 붙는 반면 급가속은 여의치 않다. 1초가량의 텀이 생긴 뒤에야 강한 엔진음을 뿜으며 뒤늦은 탄력이 붙는다.
신규 방음재와 소재 변경을 통해 소음을 잡았다는 혼다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엔진과 노면의 소음은 크게 느껴졌다. 보다 익싸이팅한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지만 중후한 세단을 기대하는 고객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
탄력주행을 한 탓인지 연비는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공인연비인 14.5km/L보다 높은 15.2km/L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120km/h를 넘어서기도 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연비다.
그렇지만 썩어도 준치다. 아무리 연비 주행을 하는 가솔린 차량이라 할지라도 막돼먹은 운전을 한 하이브리드 주행 연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실망스런 인테리어, 세심함 아쉬워
혼다의 혁신적인 성능 개선의 이미지와는 별개로 내부 인테리어는 혁신과 거리가 멀어보였다. 거칠고 투박한 플라스틱 재질은 ‘2000만원대 후반의 수입차가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버튼식이나 풋브레이크식 파킹브레이크 역시 핸드브레이크를 고집해 수납공간이 줄어든 점도 아쉽다. 2010년형 모델에서도 보였던 ‘훈장님 마당’같은 동승자석의 대시보드는 여전히 불필요한 공간으로 느껴진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내비게이션이 매립될 위치에 오디오와 온도 조절 장치가 자리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을 필수 옵션으로 선택하는 마당에 거치식 내비게이션을 달 수 있는 위치조차 애매하다.
운전자의 시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계와 정보표시판을 2층으로 쌓아올린 멀티플렉스 미터가 고맙지만, 이 때문에 생긴 대시보드의 언덕이 내비게이션 거치를 방해한다. 결국 기울인 채 내비게이션을 거치하거나 보조석의 넓은 면을 활용해야 하는데 운전자에게 상당히 불편할 듯 하다. 운전정보를 가까이 둔 대신 내비게이션 활용을 염두에 두지 못한 꼼꼼함이 아쉽다.
가격은 1.6 LX모델이 2690만원, 1.6 EX모델(LX모델에 HID 헤드램프, 사이드 커튼 에어백, 차체자세제어장치 추가)이 279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이 36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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