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거인이란 가지각색의 형태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거인에 대항하는 약자 역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두뇌 대 힘의 대결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매일 거인과 싸워나가는 두뇌전략은 현명하고 똑똑한 기업가들의 지혜를 모은 결실인 것이다. 스티븐 데니(Stephen Denny)의 <킬링 자이언트>는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경쟁자를 쓰러뜨리려는 ‘다윗’ 기업들의 역전 전략을 다룬다.
일례로 ‘살얼음판 위로 거인을 끌어내는 것’이 거인을 이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살얼음판의 원칙’은 규모와 상대적인 힘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 경쟁을 하도록 거인을 몰아넣는 것을 말한다. 중국 공산당을 이끈 마오쩌둥이 시간과 공간을 살얼음판으로 삼아 상대를 몰아낼 수 있었듯 거인이 발을 들여놓기 주저하는 영역에서 싸움을 벌이면 승리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비즈니스 현장에서 적용해본다면 아마도 미국 맥주시장에서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보스턴맥주가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보스턴맥주는 업계의 거인인 앤호이저-부시와 밀러쿠어스에 맞서 대표 상품인 새뮤얼 애덤스 브랜드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창업자 짐 코크(Jim Koch)는 TV광고에 출연해 “새뮤얼 애덤스는 초보자의 맥주가 아닙니다”라며 프리미엄전략을 펴면서 근본적으로 맥주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왔다.
스티븐 데니 지음 / 북하우스 펴냄 / 1만 5000원
맥주의 유래와 역사, 문화를 소비자들에게 교육하고 전파함으로써 새뮤얼 애덤스만의 새로운 소비자를 탄생시켰고, 입술 모양의 잔부터 가운데가 더 넓은 잔, 바닥에 레이저 에칭으로 미세한 홈을 새긴 잔까지 독특한 디자인의 맥주잔을 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보스턴맥주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거인을 상대로 신뢰할 수 있고 정통성을 가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전문성과 고급스러움이라는 ‘살얼음’ 위에 경쟁사를 올려놓도록 하는 전략을 정교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육군역사학회 회장 콘래드 크레인(Conrad Crane) 박사는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전쟁이 있다. 불공평한 전쟁, 그리고 바보 같은 전쟁”이라고 단언하며 “모든 사령관은 허를 찌를 기회를 노린다”고 말한다. 초반에 방어기지를 구축하고, 게릴라 공격으로 적을 조금씩 내몰기 시작하며, 마침내 전면전으로 치명타를 날리는 마오쩌둥과 보스턴맥주의 전술은 거인과 겨뤄 이겨야 하는 모든 기업이 귀담아들을 만한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
성공사례는 성공사례일 뿐, 이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변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거인이 힘을 쏟는(자본을 투입하는) 지점과 소비자의 습성과 행동에서 엿보이는 잠재적인 기회를 세심히 분석한다면 아무리 기골이 장대한 거인이라도 거꾸러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책은 말한다. 또한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생각의 도구’ 6가지를 활용해볼 것을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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