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CEO들의 거취가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증권 및 삼성자산운용의 두 신임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계에서 종종 거물급 선수들의 맞트레이드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듯, 두 회사의 신임사장도 마치 맞트레이드 된 모습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지난 12월7일 삼성그룹은 사장단 17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증권 사장에는 김석 전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삼성자산운용 사장에는 박준현 전 삼성증권 사장이 선임됐다는 점이다. 박준현 사장과 김석 사장이 임무를 교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와 관련해 여러 분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그룹 내 계열사 간 이동이므로 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예상밖의 인사발령이자 좌천의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석-박준현 사장은 어떤 경영인?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몇 안 되는 비공채 출신으로 2009년 12월 삼성 금융계열 사장이 된 인물로 주목받았다. 또 삼성자산운용을 국내 1위 자리에 올린 경영인으로도 평가된다.

1954년생인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4년 체이스맨허튼뱅크 투자금융 부사장, 1992년 체이스맨허튼 홍콩에서 아시아지역 총책임자를 역임했다.
 
1994년 삼성그룹에 들어와 회장비서실 재무담당 이사, 상무를 지냈으며 1998년 삼성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팀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에는 삼성카드 영업본부 부사장으로 임명돼 경영 정상화와 삼성캐피탈 합병 등을 지휘한 바 있다. 2005년부터는 삼성증권에서 IB사업본부 부사장 및 홀세일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삼성증권이 자산관리 명가가 되는 데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자산관리 브랜드 'POP'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고, 은행권 PB센터가 중심을 이루고 있던 서울 강남권에서 증권사 PB센터를 활성화시키기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아울러 2010년 증권업계에 자문형랩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3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법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에 삼성생명에 입사해 재무기획팀장과 자산운용팀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기획관리실장(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08년 6월 삼성증권 사장에 선임됐다.

◆수평이동? 혹은 신상필벌?

비록 계열사 간 같은 직위로 자리를 맞바꿨지만 회사의 규모와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만 인사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일단 두 사장의 자리 맞교환에 대한 삼성그룹 측의 설명은 계열사 간 수평이동일 뿐이란 것이다.

인사발령이 나왔을 당시 삼성그룹 측은 "박 사장을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내정해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안목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운용성과를 개선하고 글로벌자산운용사로의 성장기반을 구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박 사장이 삼성생명에 몸담고 있을 때 자산운용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했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반영됐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박 사장이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에 있었을 당시 운용성과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자산운용사로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삼성증권 발령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김 사장께서 삼성증권 재임 시절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해 경영의 내실을 기하고 해외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일궜던 게 이번 인사 발령에서도 반영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증권업계에선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 사장이 의욕적으로 이끌어 오던 해외시장 확대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좌천된 것 아니냐는 견해다. 지난 2009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의 홍콩법인을 설립했지만 계속 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 사장이 다른 11개 증권사 대표들과 함께 ELW 부당거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게 이유라는 해석도 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오진 않았지만 자칫 삼성증권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업계의 추측에 대해 삼성증권 및 삼성자산운용 측도 다소 난처해하는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법인 손실 및 ELW 관련 재판 등이 이번 인사 발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설이 있는데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인사발령의 이유가 무엇이든 두 사장 모두 능력이 검증된 경영인이므로 새로 맡은 자리에서 충분히 제몫을 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임원인사가 단지 좌천이나 신상필벌 차원에서만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어쨌든 한 회사를 맡아 이끌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는 분들이므로 새로운 임무를 맡긴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29개 증권사 CEO 거취도 관심거리

삼성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 CEO들의 거취도 올해 증권업계의 큰 관심사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IB등장, 헤지펀드 도입 등 굵직한 이슈들이 있는 만큼 각 증권사마다 신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CEO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49곳 증권사 중 이미 신임 사장이 선임된 삼성증권 외에 29곳 CEO의 임기가 2012년 만료된다. 특히 10위권에 드는 대형 증권사들이 모두 포함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더욱 높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유준열 동양증권 사장, 김신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의 임기가 끝난다.

교보·동부·부국·LIG·유화·KB·하이투자 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사장들도 2012년 임기가 만료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임 가능성이 높은 사장도 일부 있지만 신사업 추진을 위해 분위기 쇄신도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상당수 사장들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