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가락시영 아파트의 종상향(2종→3종 주거지역)을 허용하면서 답보상태에 있던 재건축사업도 돌파구가 마련됐다. 둔촌주공 재건축이 가락시영처럼 종상향을 추진하는 등 유사사례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이처럼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따른 전매제한 폐지와 종상향에 따른 일반분양 증가로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강남3구 재건축시장은 아직 잠잠하다. 호가만 오를 뿐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다.
종상향과 은마아파트 상업용지 변경 등 사업성을 높일 호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건축 방정식에 따라 가로막힐 수 있어 사업추진 시기와 수익을 가늠하기가 만만치 않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호재도 별무 효과?
강남3구 빗장을 다 풀었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12.7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부동산시장은 호가만 오를 뿐 여전히 거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은 현 시세와 재건축 추가 분담금을 합친 비용이 인근 아파트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 43㎡의 경우 재건축 후 122㎡를 배정받으면 분담금은 2억1000만원 수준. 현재 매매가 6억9000만원을 합치면 총 9억원이 든다. 최근에 재건축된 도곡렉슬 122㎡의 시세 12억원대보다 3억원 저렴하다. 입주까지 5~6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금융비용에다 가격 하락 리스크까지 감안할 때 투자 메리트는 크지 않다.
종샹항이 된 가락시영도 마찬가지다. 가락시영1차 43㎡(재건축 후 109㎡) 추가 분담금은 대략 1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시세 5억8000만원을 합치면 총 6억800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같은 평형인 인근 훼미리아파트 시세는 7억원 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과거처럼 재건축 후 가격이 급등할 것을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목돈을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12.7대책 이후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수천만원 오른 후 이내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취약한 투자심리를 반영한 결과다.
발표 당일 개포주공1단지 43㎡와 49㎡ 호가는 7억2000만원, 8억4000만원으로 이전보다 4000만~6000만원 뛰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현재 거래는 없는 상황에서 호가만 발표시점 이전보다 2000만~3000만원 오른 수준으로 내려왔다.
개포동 N공인중개 관계자는 "43㎡ 2건만 거래됐을 뿐 매수자와 매도자의 호가 괴리가 큰 탓에 매매가 다시 실종됐다"며 "경기와 주택시장의 침체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데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니깐 강남 재건축도 나홀로 강세를 보이긴 어려워 '보름 천하'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호가가 올라도 매수세가 붙지 않으면 시장 원리에 따라 시세는 다시 하락할 것"이라며 "집값 상승 모멘텀이 꺾인 가운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에선 매물 회전율이나 환금성, 투자메리트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현재로선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게 낫다"고 분석했다.
◇'종상향' 가락시영처럼 되지 않는다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 변화도 강남 재건축시장을 관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경우 임대주택·커뮤니티 조성 등 공공성 강화와 함께 조망권, 녹지축, 통경축 확보 등 주거환경 개선계획을 반드시 세우도록 했다.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단지조성계획을 짜는 것도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핵심요소가 되도록 했다.
실제 시는 이 기준에 따라 지난 12월15일 열린 제21차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에서 서초구 방배동 경남아파트의 종(種)상향 안건을 보류했고 인근 삼익아파트는 최고 층수를 29층에서 26층으로 낮춰 통과시켰다.
도계위는 이날 회의에서 경남아파트에 대해선 매봉재산 근린공원에 접해 있고 주변지역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며 종상향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익아파트의 경우 층수를 지나치게 높이면 주변 단독주택지에 위압감을 줄 수 있어 최고층수 하향 결정을 내렸다.
앞서 시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4단지와 개포시영 재건축정비구역 지정을 보류하면서 소셜믹스와 디자인 다양성, 기부채납공원 배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이란 평가다. 개포지구의 경우 도계위 소위원회에서 이 같은 서울시의 지적에 따라 현재 정비계획안을 수정하고 있다.
반면 임대주택과 공공커뮤니티시설 기부채납 등을 충실히 이행한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는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의 종상향을 허용했다. 가락시영은 기존 6600가구를 8093가구로 재건축하고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 959가구를 추가로 확보, 총 1179가구를 공급한다.
조합은 또 2만777㎡ 규모의 공원과 통경축 등을 확보하고 노인층과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미래형 문화복지 커뮤니티시설 등도 조성해 기부채납하게 된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시설 기부채납을 통해 사업 속도는 높일 수 있겠지만 사업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재건축 사업계획이 확정돼 투자가치가 명확해지는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전매가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발 빠르게 매수세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는 앞으로도 가락시영아파트처럼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거환경을 감안한 정비계획안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재건축단지별로 처한 상황과 주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종상향이나 재건축 행위를 승인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