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통찰력을 결합한 인문학적 통찰력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본성과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동안 인문학을 경영에 활용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넓고 깊은 인문학의 일부만 재단해서 핵심 지식으로 포장한 후, 이를 억지로 경영에 엮으려는 시도만 빈번하게 일어났다. 인문학은 특정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다.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과정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SERICEO의 콘텐츠 기획자인 정두희 저자가 집필한 <미장세>라는 책을 주목해볼 만하다. 저자는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방법론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해 실제적인 활용법을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인문학적 사고 과정이 몸에 배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책 속에서 인문학이 현실로 이어지는 장면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과일가게에 피라미드 모양의 참외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모양만으로도 다른 참외와 구분되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후로 피라미드 참외는 다시 볼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저자는 그저 특이하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간직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요령, 다시 말해 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경험이 ‘장엄함’이라고 했다. 인간은 대자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경험을 초월하는 존재를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감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창조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같은 장엄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미학적 아이디어를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예술적 우뇌뿐 아니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좌뇌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과학을 모른 채 그림에만 정진하는 사람은, 키나 나침반 없이 항해에 나선 것과 같다.’

다빈치는 완벽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해부한 신체만 30구가 넘고, 근육과 뼈를 하나하나 정밀하게 측정해 그린 시신 해부도는 1750개나 될 정도라고 한다. 또한 모나리자의 얼굴을 보면 코와 눈썹의 길이, 턱과 코의 길이, 얼굴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 등이 1대 1.618의 황금비율로 그려졌다.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모나리자의 미소’도 결국은 수많은 해부를 통해 이뤄진 측정의 결과인 셈이다.

이 책에는 미학적 독창성을 성장으로 연계하는 방법들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지침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리고 각 꼭지마다 인문학적 통찰이 경영 현장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사례들을 제공한다. 특정 지식이나 방법을 제공하는 데 애쓰기보다는 케이스 스터디를 반복함으로써 인문학적 통찰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미덕이다. 인문학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나침반 없이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을 살펴보자. 항로를 직접 가르쳐 주거나 키를 돌리는 법을 알려 주지는 않지만, 항해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바다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두희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