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킹맘인 황모씨(40)는 최근 렌털숍에서 애완견을 대여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매일같이 애완견을 키우고 싶다고 졸랐지만 불규칙한 회사업무 탓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선뜻 강아지를 살 수가 없던 터였다. 그런 김씨에게 렌털 애완견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김씨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애완견 종류와 가격을 비교한 뒤 6만원을 지급하고 토이푸들 한마리를 빌렸다. 김씨는 "비록 2박3일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삶의 활력소가 됐던 시간이었다"며 "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애완견을 키울 때 감당해야 할 갖가지 부담을 생각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황씨는 앞으로도 종종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애완견을 대여할 생각이다.
#2. 골드미스인 김모씨(38)는 올해 초 지인들과의 부부동반 모임에 '시급남편'을 고용했다. 시급남편은 말 그대로 시간제로 돈을 내고 빌려 쓰는 남편을 말한다. 독신인 김씨는 업무 파트너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혼자만 솔로인 티를 내기 싫어 시급남편을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사이트를 통해 남편들의 프로필을 본 후 얼굴과 스펙 등을 고려해 자신과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랐다. 김씨가 고용한 남편의 시급은 시간당 3만원. 그는 "비즈니스상 부부동반 모임은 업무의 연장선상 개념이라 공통분모를 갖는 게 중요한데 이런 서비스를 알게 돼 좋았다"며 "비용도 적당하고 필요한 시간에만 부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빌릴 수 있는 시대. 렌털시장의 상식이 깨지고 있다. 실속형 소비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렌털의 종류도 용도에 맞게 확대된 것. 과거에는 정수기, 공기청정기와 같이 전문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생활가전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IT정보기기부터 미술품, 유아용 장난감, 운동 및 다이어트기구, 제수용품, 가발 등 다양한 품목이 렌털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 빌려 '내 것'처럼
최근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렌털업종은 '명품'이다. 살 수 없지만 한번쯤 이용해보고 싶은 소비자를 겨냥한 고가의 명품 대여점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슈퍼카 개인렌트. 마치 재벌2세가 된 것처럼 '드림카'를 타보고 싶은 남성들이 주 고객이다. 이들은 슈퍼카를 빌려 성능을 테스트하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프로포즈 이벤트, 웨딩카 사용 등 특별한 날에 쓰기도 한다.
억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카답게 대여료가 만만치 않다. 하루(24시간) 기준으로 ▲람보르기니 250만~400만원 ▲페라리 170만~220만원 ▲아우디 R8 70만~150만원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80만~150만원 ▲포르쉐911 터보 70만~15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유류비 부담은 물론 하루 주행할 수 있는 제한거리(100~150km) 초과 시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대부분은 보증금 없이 운영되지만 도난을 우려해 보증금으로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이용객들은 렌트차량을 뜻하는 '허'자 번호판이 아닌 일반 번호판인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고가의 의류와 가방 등을 대여해주는 렌털숍도 다시 뜨고 있다. 날이 갈수록 치솟는 명품가격과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상 속에서 렌털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신발부터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해졌다.
강남에 위치한 한 명품대여점은 3박4일 기준으로 5만~10만원대 후반 가격에 샤넬, 에르메스 등 고가의 가방과 의상을 빌려준다. 명품 귀걸이, 팔찌 등은 3만~5만원대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명품가방 렌털을 자주 이용하는 여대생 박모씨(24)는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명품 구입은 엄두도 못 내는데 중요한 자리가 있을 때마다 렌털을 이용한다"며 "300만원~600만원에 이르는 가방을 5만원정도에 '내 것'처럼 멜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휴가용품부터 오피스텔까지
휴가철을 맞아 휴가용품 렌털업종도 성업 중이다. 한 여행용품 렌털숍에서는 캠핑족을 위한 텐트, 여행가방, 레저테이블, 아이스박스, 코펠 버너세트 등을 대여해준다. 4인용 실속형 캠핑세트의 경우 1박2일에 9만9000원, 2박3일에 15만원을 내면 이용 가능하다.
딱 하루, 파티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오피스텔 렌트'도 인기다. 평수에 따라 10~25명 이내의 인원이 이용할 수 있으며 대여시간은 3시간~24시간 중 선택하면 된다. 대여료는 20만~50만원 선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애완견을 단기간 빌릴 수도 있고, 일일 남편이나 군대 면회를 대신 해줄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자녀 수가 줄면서 유아용품도 소비자가 많이 찾는 품목이다. 돌, 집들이 등 잔치가 있을 때 필요하지만 자주 쓰지 않는 교자상, 병풍, 와인잔, 뷔페용 접시는 물론 1~2년 두고 쓰면 싫증이 나는 인테리어소품, 재봉틀, VTR 캠코더·폴라로이드카메라 등 가전제품, 다이어트 헬스기구, 미술품, 화분과 실내정원까지도 렌털이 가능하다.
◆'렌털 라이프' 명과 암
이처럼 '렌털 라이프'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면서 렌털시장도 다양해지고 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소유보다는 사용을, 유행과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소비 측면에서 렌털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질 것"이라며 "때와 장소에 적합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렌털은 합리적인 소비로 생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렌트가 트렌드라고 해도 '무조건' 빌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 속 렌트업이 성업하고 렌털족이 새로운 구매주체로 부상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시민사회의 핵심가치마저 돈으로 대체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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