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공제 40% 파격 혜택, 세제지원 지속 여부가 관건

‘카드수수료 제로(0)’를 표방하는 지자체 페이서비스, 이른바 ‘제로페이’가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2월 서울페이를 도입할 계획이며 경상남도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전라남도 등도 시범운영을 계획 중이다. 제로페이 이용이 활성화되면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은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제로페이 이용에 ‘소득공제율 40%’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해 제로페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30%)보다 혜택이 최대 2배 이상이다. ‘착한 결제’에만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결제시장에 제로페이는 ‘메기’가 될까.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플랫폼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서울페이, 계좌이체 기반 모바일 거래
서울페이는 계좌이체 기반의 오프라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쉽게 말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쓸 수 있는 모바일 체크카드란 얘기다.

결제방식은 두가지다. 스마트폰으로 매장 내 QR코드를 찍는 방식이 하나다. 반대도 가능하다. 기프티콘을 사용하는 것처럼 판매자가 소비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QR코드를 찍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든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결제대금이 바로 이체된다. 기존 신용카드결제 과정에 참가하던 카드사, 밴(VAN)사 등을 거치지 않는다.

사실 이 방식만으로 ‘수수료 제로(0)’가 되는 건 아니다. 계좌이체 시에도 수수료는 발생한다.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시중은행 및 페이서비스 사업자와 서울페이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협약에 따라 서울페이 결제로 발생하는 계좌이체수수료를 시중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페이 플랫폼 이용료는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 사업자가 낸다. 이렇게 해서 제로페이 수수료는 0원이 된다.


제로페이 이용이 활성화되면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결제액의 최고 2.3%를 내야 하는 카드수수료 비용을 덜 수 있다. 더불어 기존 결제수단과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혜택도 적용받을 수 있다. 연매출 10억원 이하라면 음식·숙박업은 매출액의 2.6%, 기타 업종은 1.3%가 환급된다. 이론적으로 모든 결제가 제로페이로만 이뤄지면 판매대금 외에 기타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자료=서울시

◆‘소득공제 40%’, 신용카드 이길까
관건은 소비자 이용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이다.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결제시스템이더라도 소비자 이용이 적으면 무용지물이다. ‘착한 소비’에만 기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득공제율 40%’라는 유인책은 그래서 나왔다. 현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 시 적용되는 소득공제율은 각각 15%, 30%다. 이에 비하면 서울페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이 신용카드보다 2배 높아도 신용카드 사용이 월등이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체크카드 이용액은 분명 늘고 있지만 전체 결제액에서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0.9%, 2016년 20.1%, 2017년 20.4%로 제자리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건 소득공제율 때문이 아니다. 결제 편의성과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 때문”이라며 “현재의 결제 문화에서 제로페이가 진입 가능한 시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이 소상공인을 위한 좋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제로페이 활성화에 회의적인 건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신용공여(외상거래) 기능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포기하고 서울페이를 많이 이용하겠느냐는 시각이다. 할인, 포인트 적립, 일부 프리미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체크카드보다도 서울페이의 유인책이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정부가 제로페이에 소액결제 여신기능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소액결제는 결제계좌에 돈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게끔 추진한다는 얘기다. 소비자 확보가 관건인 만큼 신용카드 이용에 익숙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대책이다. 다만 여신기능이 추가되면 자금조달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수수료 제로’를 위해 누군가는 이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지속가능성’ 갖추는 것도 숙제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 플랫폼 사업자의 민간 자금과 각종 세금이 들어가는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제로페이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제로를 표방하지만 은행 등 민간기업과 (수수료 제로를 위한) 협약을 맺은 것 자체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정부 스스로 입증한 것 아니냐”며 “은행이 협약을 맺은 건 당장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입출금 고객을 늘릴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는 간편결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다. 이러한 지원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직접 나서는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 시 적자가 예상돼 민간 진입이 어려운 부분인데 이미 플레이어가 활발한 카드시장에 세금을 투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서울페이가 활성화되도 문제고 실패해도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체크카드 이용에 세금 혜택이 많아도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확연이 높은 배경을 봐야 한다”며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완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등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