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지난달 26일 서울 고척돔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KBO 스토브리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팀별로 점차 이번 겨울의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강력한 기존 전력을 보존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팀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약점을 상쇄하고 반등을 노리는 팀들도 있다. 반면 보다 조용한 이적시장을 보내며 팬들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는 구단도 보인다.
시즌 종료 후 한 달 여가 지난 현재 각 팀들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 몇 가지 대주제를 들어 확인해봤다.
FA 계약을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 잔류한 포수 이지영. /사진=뉴시스
◆ 강자의 여유? 출혈 유무 떠나 움직임 '최소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20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약속이나 한 듯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별다른 영입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두 팀이지만 상황은 다소 다르다.
키움의 경우 시즌 종료 후 눈에 띄는 이탈이라고 한다면 2차 드래프트에서 KT 위즈로 이적한 이보근과 은퇴를 선언한 내야수 김지수 정도다. 키움은 선수 유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와 FA 포수 이지영을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키움은 현재도 FA 투수 오주원,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 타자 제리 샌즈 등 핵심 자원들과의 재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팀타율 1위(0.282), 최다안타 1위(1405) 등 인상적인 기록을 선보인 선수단을 최대한 묶어두면서 올해 두산에 막혀 실패했던 대권 도전에 나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반면 두산은 시즌 종료 후 지금까지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방출 또는 은퇴 수순을 밟았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두산은 4명의 선수들(투수 이현호, 변진수, 강동연, 외야수 정진호)이 타 팀으로 이적하며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이탈자가 생겼다. 특히 투수진에서는 홍상삼, 배영수, 최대성 등 즉시전력급 자원들이 떠나며 계투진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두산 구단은 아직까지 별다른 보강 계획 없이 외국인과 FA 내야수 오재원의 재계약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만 밝히고 있다.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선수 유출이 발생했음에도 리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 투수진과 야수진을 가리지 않고 올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건재하다는 점 등이 두산의 비빌 언덕이다.
다만 두산은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의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또다른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와 이별이 확정된 가운데 린드블럼까지 빅리그로 떠날 시 두산의 마운드 구멍은 생각보다 커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사진=뉴스1
◆ 약점 쏙쏙 보강, 반등 노린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팀은 이번 시즌 나란히 최하위에 머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였다. 각자 '마운드'와 '내야수비'라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 두 팀은 스토브리그가 시작한 이래 적극적인 행보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롯데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2019시즌 종료 직전 미국에서 활동하던 성민규 단장을 선임한 롯데는 성 단장의 지휘 아래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윤길현(투수), 김문호, 채태인(이상 야수) 등 전력 외로 분류한 선수들을 가차없이 내보낸 뒤 약점으로 지적받던 '포수'와 '내야수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포수의 경우 이번 겨울 FA로 풀린 이지영(키움), 김태군(NC 다이노스)과의 계약이 점쳐졌으나, 예상 외로 한화의 준주전급 젊은 포수 지성준을 투수 장시환과 맞바꿔왔다. 이어 성 단장의 데이터 등을 토대로 유격수 자리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172경기 출전한 딕슨 마차도를, 외국인 투수 한 자리에는 마이너리그에서 43승37패 3.9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애드리안 샘슨을 데려왔다. 요소요소별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보강해 온 롯데다.
한화 역시 공들여 키운 지성준을 내주는 대신 KBO 통산 238경기 21승 5.42의 평균자책점을 올린 베테랑 투수 장시환을 받아오며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토종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웠다. 여기에 올해 한화 최초로 나란히 10승씩을 거둔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을 잡아두는 데 성공했으며 외야수 제라드 호잉과도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7일 한화 이글스와 FA 계약을 맺은 투수 정우람(왼쪽)이 정민철 한화 단장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가장 큰 힘은 핵심 베테랑들의 잔류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이적이후 229경기 103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 정우람과 4년 39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올해 초반 트레이드 요구 파문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던 이용규까지 돌아오면서 스쿼드에 힘을 보탠다.
이밖에도 KT 위즈는 올해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준 FA 유한준을 묶어둔 데 이어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이보근 등을 통해 마운드의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이해창이 한화로 떠난 백업 포수 자리는 SK 와이번스 허도환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매꿨다. 베테랑 내야수 윤석민과 포수 이해창, 외야수 이대형이 떠났지만 각자 대체자원이 있다는 점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은 KT의 스토브리그다. KT는 이러한 움직임을 토대로 다음 시즌 첫 가을야구 진출을 노린다.
이번 시즌 LG 트윈스에서 뛴 FA 내야수 오지환. /사진=뉴스1
◆ 'FA 최대어', 각 팀에 남은 '화룡점정'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내야 FA 자원들인 오지환(LG 트윈스)과 안치홍-김선빈(이상 KIA 타이거즈)의 거취였다. 예년보다 특출난 FA 매물이 없는 가운데 오랜 기간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세 선수의 계약 여부는 양 팀 팬들은 물론 다른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본다면 세 선수 모두 잔류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계약 규모다. 오지환의 경우 계약 기간과 금액에서 구단과 선수 간 차이가 있다. 오지환 측이 구단이 제시한 기간보다 다소 늘어난 6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양 측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베테랑 투수 장원삼, 류제국(은퇴), 심수창(은퇴), 이동현(은퇴)과 포수 정상호 등이 이탈하는 등 큰 폭의 선수단 개편이 예고된 상태다. 이미 한화에서 정근우를 데려온 만큼 오지환까지 계약을 마치면 내야 정비는 상당수 마무리될 전망이다.
안치홍과 김선빈의 경우 오지환의 계약 규모에 따라 두 선수의 계약 조건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IA 구단은 SK에서 방출된 내야수 나주환을 불러들여 일정 부분 구멍을 메꾼 상태다. 그럼에도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이탈할 경우 맷 윌리엄스 감독 체제는 시작부터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다. 내야 보강을 원하는 팀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되레 협상이 길어질 경우 구단에게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이번 시즌 새롭게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쥔 허삼영 감독. /사진=뉴스1
◆ 어쩌면 지나칠 정도의 '모험'
올해 눈 앞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던 SK 와이번스는 내야에 베테랑을 보강하며 선수단 강화에 나섰다. SK는 롯데로부터 채태인을, KT로부터는 윤석민을 데려오며 내야진 경험 상승과 함께 은퇴한 박정권의 빈자리를 나름 효율적으로 대체했다.
SK의 고민거리는 선발 마운드다. 올 시즌 나란히 17승씩을 거둔 '원투펀치'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가 나란히 팀을 떠났다. 산체스의 경우 외국인 투수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가 들어온 가운데 김광현이 사라진 토종 선발 에이스 자리를 과연 누가 꿰찰지 관심사다. 두드러지는 선발 투수 매물이 시장에 없는 상태에서 기존의 박종훈, 문승원 등으로 김광현의 존재감을 가리기는 한계가 있다. 에이스의 부재와 외국인 투수 2명 동시 교체가 단행된 만큼 SK의 마운드는 올해보다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NC 다이노스 역시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바뀐다. 크리스천 프리드릭 대신에 마이크 라이트가, 제이크 스몰린스키 대신에 애런 알테어가 팀에 새롭게 합류한다. 기존의 드류 루친스키는 재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과거 NC의 영광을 이끌었던 에릭 해커(투수)와 에릭 테임즈(타자)의 빈자리가 갈수록 크게 느껴지는 가운데, NC의 새 외국인 선수들이 이 두 선수의 그늘을 지워낼 수 있을지가 다음 시즌 NC의 도약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이번 겨울 가장 조용한 팀 중 하나다. 손주인(은퇴)을 비롯한 몇몇 베테랑 선수들의 이탈을 제외하면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보강이나 방출 소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허삼영 감독이 새롭게 감독으로 부임한 것부터 뚜렷한 보강 소식이 없는 것까지,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도전을 넘어 도박에 가까운 행보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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