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난 4월29일, 2020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상주상무는 선수 5명과 주무가 탑승하고 있던 선수단 승합차가 사고를 당하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5월8일 개막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하필 신호를 위반하던 1t 트럭과 충돌했다.
사고로 조수석에 앉아 있던 주무는 코뼈가 부러지고 뇌진탕 증세가 나타나는 부상을 입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선수들은 큰 화를 면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후유증이 있었다. 설상가상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오세훈, 전세진, 김보섭은 상주 스쿼드에 단 3명뿐인 22세 이하 자원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누구라도 다치면 안 되지만 공교롭게도 22세 이하 선수들이 동시에 사고를 당해 더 괴롭게 됐다"면서 "큰 부상은 아니지만 일단 1라운드는 출전할 수가 없다. 이로 인해 '페널티'까지 받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축구연맹 규정 상 22세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할 경우 해당 팀은 교체카드가 3장에서 2장으로 줄어드는 페널티를 받는다. 상주 측은 특수한 사고였고 이에 프로연맹에 규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주상무 관계자는 "우리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도 아니였기에 여러모로 속상한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을 무리하게 출전시킬 수는 없으니 1라운드는 (페널티 받는 것이)어쩔 수 없을 것 같다"면서 "특별한 시즌인데, '액땜'이라고 생각해야겠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새옹지마라 했던가. 당시 사고가 진짜 액땜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군팀'이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늘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어려웠던 상주상무가 당당히 파이널A그룹에서 가을을 보낸다. 지난 4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상주는 승점 34점(10승4무5패)이 되면서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팀과 승점차를 10점 이상 벌렸다. 이로써 상주는 22라운드까지 잔여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파이널A 진출을 확정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
'상주상무'라는 팀은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상무와 상주의 연고지 협약이 올해로 종료되고 내년부터는 '김천상무'로 K리그2에서 다시 시작한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던 조건인데, 이런 배경 속 프로축구연맹은 시즌 전 2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연맹은 만약 상주상무가 올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면 K리그2 우승팀과 자리를 맞바꾸고 여기에 K리그1 11위 팀과 K리그2 플레이오프(PO) 승리 팀이 맞붙어 승강을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무가 최하위가 아닐 시에는 12위와 상주상무가 함께 강등되고 K리그2 우승팀과 PO 승리 2개팀이 승격하는 안도 마련했다.
막을 올리기 전에는 첫 번째 시나리오도 가능성 있다는 말도 나왔으나 선수들이 예상을 비웃었다. 19라운드 현재 상주상무는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현대(승점 46)와 전북현대(승점 41)에 이어 대부분의 지표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뛸 마음이 들까' 싶었던 '마지막 상주상무'가 외려 역대 최고성적을 바라보고 있다. 최종 6위에 올랐던 2016년 이상도 가능한 흐름이다.
어느덧 상주상무와 함께 한 인연이 10년이 된 김태완 감독의 올 시즌 모토는 '행복축구'였다. 시즌 시작 전 그는 "선수들이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으로 돌아가 축구를 즐기면서 재밌게 했으면 싶다. 경쟁에 익숙해져서 모두들 축구를 전쟁하듯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 뒤 "즐기면서 행복하게 축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보면 승리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너무 감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없는 상황에서의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행복한 축구가 성적까지 이끌고 있다.
즐기는 자들이 이 악물고 노력하는 자들을 이기고 있는 모양새다. 액땜으로 시작한 '마지막 상주상무'가 그야말로 유종의 미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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