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2일 온택트로 진행된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HE FACT MUSIC AWARDS, TMA)’에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이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더팩트 뮤직 어워즈
# 일본 작가 하쿠타 나오키가 최근 충격적 고백으로 시선을 모았다. 소위 ‘혐한 작가’로 유명한 그가 한류에 빠졌다고 시인하면서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류에 빠져 죄송하다. 한국 배우의 연기는 훌륭하다. 억울하지만 이 점은 일본이 졌다”는 글을 남겼다.

세계인이 ‘한국’ 하면 가수 싸이의 곡 ‘강남스타일’만을 떠올리던 시절도 수년 전이다. 과거 해외에서 마주한 외국인이 “I know Korea”라고 반기며 ‘말춤’을 추는 모습에 한류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몇 년 새 한국을 대표하는 ‘K-콘텐츠’는 크게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오히려 선전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2020년 신한류 열풍을 돌이켜봤다.
BTS,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핫100’ 1위… 블핑은 ‘뮤비 10억뷰’

이번해 신한류 열풍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진·지민·제이홉·슈가·뷔·정국)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TS의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2020년 9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달성이란 위업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뒤이어 9월30일 발표한 앨범 ‘비’(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도 한국어 가사 곡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지수·제니·로제·리사) 역시 연이어 신기록들을 세우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10억뷰 이상 뮤직비디오 3편을 비롯해 억대뷰 영상만 무려 24편을 배출했다. 첫 정규앨범 ‘디 앨범’(THE ALBUM)은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K-팝 걸그룹 최고 순위·최장 인기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tvN드라마 ‘사랑의불시착’ 포스터와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못말려가 tvN 드라마 사랑의불시착을 패러디한 장면,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Korean Drama Kingdom Hat .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갓’ 열풍 일으킨 한국형 좀비물 ‘킹덤’… 日 짱구에 ‘사랑의 불시착’ 등장

K-드라마의 성과도 빛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한국형 좀비물 ‘킹덤’ 시즌1이 공개된 직후 해외에선 ‘갓’ 열풍이 불기도 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갓이 ‘Korean Drama Kingdom Hat’이란 상품명으로 판매되는가 하면 ‘갓’이 영어 ‘GOD’(신)과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이용해 “오 마이 갓”(Oh My ‘Gat’)이라는 감탄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시즌2 역시 뉴욕타임스가 꼽은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10’으로 2년 연속 선정됐을 뿐 아니라 자국 콘텐츠를 선호하는 인도에서도 넷플릭스 공개 직후 ‘오늘의 톱10’에 안착했다.

남한의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의 사랑을 그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일본에선 자국 내 ‘2020 신조어·유행어’ 톱10에 ‘사랑의 불시착’이 포함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해당 드라마를 패러디한 장면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9월 한국 영화 ‘#살아있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지 이틀 만에 미국·프랑스·요르단·호주·볼리비아 등 다양한 지역의 국가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영화 부문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Blackpink). /사진=뉴스1 DB

K-콘텐츠 인기비결은 ‘희망 메시지’… 음반류 수출액 역대 최고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인기는 2020년 경제적 수치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사상 최초로 반기별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2020년 11월까지 집계된 K-팝 음반류 수출액은 전년대비 94.9% 늘면서 역대 최고 수출 기록을 세웠다.

코로나 시국에도 K-콘텐츠가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은 희망적 메시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K-콘텐츠만의 따뜻한 감성이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전세계인을 어루만졌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K-팝에 대해 “코로나로 힘든 한해였지만 선한 메시지와 신나는 선율로 무장해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인의 기운을 북돋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혜선 세계한류학회 사무국장은 “K-팝 대표 그룹인 BTS의 곡의 경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꿈에 대한 열정, 현실 앞에서의 좌절과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 등이 곡마다 스며들어 있다”며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위로와 공감은 팬들에게 범접할 수 없는 히어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BTS와 소통하는 교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BTS의 앨범 ‘비’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낀 멤버의 복잡한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내 많은 팬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이들을 위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돌그룹 트와이스(Twice). /사진제공=MAMA

신한류 열풍 불 붙인 플랫폼… “막강한 글로벌 팬덤 얻었다”

K-콘텐츠에 대한 열풍은 플랫폼과 만나 더욱 거세게 일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든 쉽게 집에서 K-드라마를 시청하고 K-팝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다.

무엇보다 플랫폼 내 다국어 지원 기능이 언어적 장벽을 허물면서 세계인의 K-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졌다. 실제 실시간으로 한국 아이돌의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는 10개 언어를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다국어 번역 지원 서비스’를 통해 언어의 장벽 없이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용자 약 1910만명(2020년 12월21일 기준) 중 아메리카·유럽 국가의 가입자 수만 30%를 넘는다. 이는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브이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전체 가입자 중 85%가 해외이용자다.

K-콘텐츠 팬덤의 규모는 플랫폼을 타고 국내에서 글로벌로 크게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플랫폼으로 형성된 글로벌 팬덤이 신한류 열풍에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BTS의 ‘빌보드 핫100’ 1위 달성은 글로벌 ‘아미’(ARMY·BTS의 팬을 가리키는 말)들이 순위 집계 기준에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였기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적었음에도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상 빌보드 차트 진입은 미국 음악 시장을 잡고 있는 대형 레코드사와 라디오와 같은 올드 미디어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팬덤 형성으로 국내 K-팝 가수들은 과거와 비교해 보다 쉽게 해외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성미경 박사는 “한국 콘텐츠는 즉각적으로 전세계 팬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 환경에서 더욱 막강한 문화적 파워를 획득했다”며 “신한류는 좀 더 깊고 촘촘해지며 장르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확장돼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