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계절과 나이에 상관없이 은행 문을 나서는 희망퇴직자가 늘고 있다. 연말연시 짐을 싸던 모습에서 때아닌 여름철 희망퇴직자까지 생겨났다. 임금 피크를 앞둔 50대는 물론 40대 후반 은행원까지 희망퇴직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은행 밖 ‘인생 2막’을 서두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1년에 두 번, 특별 퇴직금 ‘두둑’… “직원이 원해”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총 2495명으로 집계됐다. ▲하나 511명 ▲NH농협 496명 ▲우리 468명 ▲KB국민 800명 ▲신한 220명 등이 은행을 떠났다. 

희망퇴직은 예전부터 있었던 제도지만 최근 다시 주목받는 건 늘어난 신청 횟수와 젊어진 대상자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벌써 1월과 6월 2번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은행은 통상 1년에 한 번 희망퇴직을 받지만 신한은행은 반년 만에 또 한 번 실시한 것이다.

때아닌 여름 희망퇴직은 직원 요구 사항을 반영한 결과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과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해 또 한 번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 직원, 4급 이하 일반직, RS(리테일서비스)직, 무기계약 인력, 관리 지원 계약인력 중에서 1972년 이전에 출생한 15년 이상 근속 직원으로 대상 연령은 ‘만 49세’로 40대까지 내려왔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며 자녀학자금·창업지원·건강검진 등도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964~1967년생에게 희망퇴직 신청 자격을 부여했지만 올해는 1965~1973년생으로 조정해 만 48~49세도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3~25개월치 급여와 학자금(학기당 350만원·최대 8학기)이나 재취업지원금(최대 3400만원)을 지급했다. 건강검진 지원(본인과 배우자)은 물론 퇴직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 부여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연령과 퇴직 조건을 세분화해 보상을 확대하거나 재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등 조건도 좋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직원을 대상으로 관리전담과 금융상담인력 재채용을 실시할 예정이며 하나은행 역시 재취업 지원은 물론 희망퇴직자에게 36개월치 평균 임금(관리자급은 27~33개월치)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의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만 56세에 해당하는 직원에게는 명예퇴직금으로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를 지급하며 만 54~55세는 각각 37개월과 35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줬다. 여기에 전직지원금 4000만원과 농산물 상품권 1000만원도 얹어 줬다.

우리은행은 평균 임금 36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800만원)·건강검진권·재취업지원금·여행상품권 등을 희망퇴직 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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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가 연봉킹 등극… ‘금퇴족’도 속속 
은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문을 나선 ‘금퇴족’도 늘고 있다. 비교적 좋은 조건과 지원을 챙겨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나선 이도 등장했다. 

각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 관리자급 퇴직자 1명은 급여 2억9400만원에 상여급 3300만원, 여기에 퇴직급여 9억6300만원을 받아 총 보수 12억9000만원을 받고 은행을 떠났다.

우리은행 역시 ‘연봉 톱5’ 자리를 모두 부장대우급 명예퇴직자가 채웠다. 5명 중 2명은 8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고 3명은 7억원대 연봉을 받고 은행 문을 나섰다. 신한은행 퇴직자 중 4명은 최대 8억원, KB국민은행은 3명이 7억원대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다. 

은행의 후한 조건과 직원의 희망퇴직 수요가 증가하며 은행권의 희망퇴직 바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산·학업·이직 등 개인 사정상 퇴사를 염두에 두던 직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비교적 괜찮은 조건과 지원 속 그동안의 회사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어 직원의 시선도 긍정적”이라면서 “‘백세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있고 은행원 이후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희망퇴직 수요층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