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연구원
가계부채 총량 억제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성급하게 시행할 경우 내수 경기의 위축을 유발해 경기회복 가능성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기·고정금리 등을 통한 가계부채 합리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가계부채 현황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제의 가계부채 규모는 193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0%를 초과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전년 대비 9.5% 빨라졌으며 주요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주요국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스웨덴·캐나다 6.0% ▲프랑스 4.6% ▲독일 4.4% ▲일본 3.9% ▲미국 3.4% ▲영국 2.4% 등으로 집계됐다.

한경연은 "국내 가계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GDP의 3배, 민간소비의 5배에 가까운 속도로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거시건전성이 저하됐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소득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 170%를 초과했다.

'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나 '유동화자산 여력 지수' 등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대응 여력과 실질적인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최근 5년간 취약계층(1분위)을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더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원리금상환부담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부실화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한경연은 내다봤다.

한경연은 "취약계층의 채무상환여력을 줄일 수 있는 무리한 총량규제 정책보다는 해당계층의 상환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이달부터 총량규제 성격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 DSR 시행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세 억제에 수반해 총생산과 소비감소 등 경기위축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뚜렷한 실효성을 확인할 수 없었던 총량규제 정책을 또다시 되풀이하기보다는 장기·고정금리 중심으로의 전환 등 가계부채 합리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상환능력심사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선진국형 여신관행 정착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