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정은보 금감원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사진=머니S

금융감독원이 지난 12일 정은보 금감원장과 생명·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돌연 취소했다. 
당초 정 원장은 오는 17일, 18일 이틀 동안 보험사 CEO들을 만나 실손의료보험을 포함해 보험업계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잠정 보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보험사 CEO 간담회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게 명목이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정 원장과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등 생명보험사 CEO와 간담회가 돌연 취소됐다. 


18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리기로 했던 정 원장과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 등 손해보험사 CEO와 간담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담회 준비를 다 해둔 상황에서 지난 12일 금감원으로부터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간담회를 취소한 것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업계의 현안이 충분히 전달됐기 때문에 금감원 입장에선 추가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고 위원장이 보험사 CEO들을 만나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손보험 개선방안, 비급여관리 방안을 논의한 만큼 같은 이야기를 번복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반면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이 민감한 시기에 실손의료보험료를 두고 금융감독원이 나서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손보험은 단체보험을 포함해 국민 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린다. 

금융감독원 등은 이르면 이달 말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열고 실손보험 인상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 협의체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상관관계 결과를 바탕으로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제시하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보험료를 결정한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적자 규모가 상당했음에도 기대했던 만큼 실손보험료를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보험업계는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 각각 20% 이상 등 평균 21%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한 자릿수대의 인상률을 요구하면서 보험업계는 3세대 실손보험료를 인하하는 등 결국 평균 9%대 인상률에 만족해야 했다.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당국도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민감한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와 실손보험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보험업계 CEO간 간담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시기는 미정으로 추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만난 지 2주도 되지 않았기도 했지만 실손보험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는 게 부담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