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재협상이 난항인 가운데 양국 간 안보분야 협력마저 삐걱거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관세 여파가 안보 이슈에도 옮겨붙는 기류"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핵잠수함 추진이나 원자력 농축•재처리 문제를 논의할 미국 협상팀의 방한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 실장은 디지털 무역장벽, 쿠팡 등 여러 이슈가 미국 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통상 하나로만 접근해선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한미 간에 불거진 논란은 표면적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장관이 잇따라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은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관보 게재를 막지 못할 경우 시행 시점을 늦추는 방안까지 우리 정부가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한다.

이같은 냉기류를 접하며 한미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조현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미 관계가 나쁜 상황에 있는 것까지는 아니지만"이란 단서를 달았다고 하지만 표현만 봐도 심각성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우리로선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는 미국의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조차 못한 게 뼈아프다.

위 실장의 말대로 여러 현안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면 해법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거래 중심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리도 대미투자 등 이미 약속한 사안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는 게 기본이다. 또 쿠팡 사태나 온라인플랫폼법안 등 비관세 장벽, 비무장지대(DMZ) 공동관리 등의 이슈는 국내 정치 논리는 배제하고 마찰이 커지지 않게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한 목소리를 내는 건 꼭 필요하다. 야당이 뒤늦게나마 국회 비준 주장을 접고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많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한미 관계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그 사이 상반기 대미 투자가 어렵다는 구윤철 부총리의 발언이 나와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교에 관한 대통령의 발언은 극히 신중해야 하지만, 상대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관세 이슈를 넘어 안보 이슈까지 흔들리는 양상이라면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인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