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7일 오후 7시45분쯤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을 심사해 총투표수 225표 가운데 찬성 162표, 반대 63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재판소원법이 현행 사법체계인 3심제를 무너뜨리고 사실상 4심제로 가는 위헌적 법안이자 사법 파괴라며 반대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주도한 필리버스터에 대한 종결 동의안은 이날 오후 7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총투표수 182표 중 찬성 182표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고, 24시간 경과 뒤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시킬 수 있다.
현행 헌재법 68조는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는 경우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조항으로 그동안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청구 대상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법원의 심급제도로 구제받기 어려운 재판에서 발생한 기본권 침해 등은 헌법소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됐다.
이날 통과한 재판소원법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해야 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이후 사법불신 여론을 강조하며 재판소원 등 '사법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구체적 사건을 심판할 때 대법원과 헌재는 각각 다른 단계에서 헌법을 해석하는 기관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헌법 규정도 재판소원 사유도 추상적이어서 많은 패소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하려 할 것"이라며 "무한의 소송 루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헌법소원 사건이 앞으로 최소 4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소송 지연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너무 늦어지면 설사 승소하더라도 승소한 보람이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4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두 기관의 전문성이 다르다"며 "헌재가 형사재판이나 행정재판 등에서는 조금 더 전문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일반 민사 재판까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3인을 지정하는 구조인데 대법관들이 결정한 재판을 헌법재판관이 뒤집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재판소원법은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 즉시 시행되지만 최소한의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처럼 두 개의 상설 재판부 설치가 대안 중 하나다. 독일은 제1재판부가 주로 기본권 침해와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을 담당하고, 제2재판부는 국가 기관 간의 권한쟁의와 정당 해산 등을 담당한다. 각 재판부 산하에는 3명의 법관이 헌법적 쟁점이 없는 사건을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반면 재판소원법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대는 큰 문제가 아니다"면서 "새로운 판단을 구하는 사회적 수요가 있다면 이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충족시킬 수 있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억울함을 해소하겠다는 욕구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헌재도 4심제 주장에 대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을 최고·최종의 헌법 해석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되면 접수 사건이 폭증해 분쟁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단 우려에는 시간이 흘러 안정화하면 그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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