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8일 저녁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을 심사해 총투표수 247표 가운데 찬성 173표, 반대 7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법관 다수를 임명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목적이자 이재명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사법개악'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한 종결 동의안은 이날 저녁 8시쯤 본회의에서 재석 183명 중 찬성 183명으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한 뒤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셈이다.
대법관 증원법은 공포 후 2년 뒤인 202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대법관을 증원해 2030년까지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총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새로 충원되는 대법관 12명과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2030년 6월 이전에 퇴임하는 대법관을 대신할 후임 대법관까지, 모두 22명의 대법관 임명권을 갖는다.
이 법안은 대법원의 상고심 과부하 해소를 명분으로 추진됐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2022년 기준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는 연간 5만6000건을 상회한다. 대법관 1인당 연간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법관 1명이 하루에 최소 10건 이상의 최종심 판결문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국민의 권리 구제라는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대법관 증원법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의원(국민의힘·경기 이천시)은 "이재명 대통령은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자신의 손으로 임명하게 된다"며 "이렇게 임명된 대법관들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는 비상수단으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지만 이를 국회 일정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경북 김천시)는 지난 27일 "국민의힘은 현 체제가 이미 정상적 민주공화정이 아니라 독재정이라는 인식 하에 비상수단을 동원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의 입법이 마무리됨에 따라 곧바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재외투표인 명부에 등재된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국민의힘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즉각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이에 따라 내일 저녁 9시쯤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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