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우려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2일(현지시각)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이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공격 전 60여 척에 달하던 통과 선박이 한자릿수로 줄었다고 한다. 이란은 1988년 이라크와 전쟁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150개를 부설했다. 이번에도 기뢰로 선박 운항 속도를 늦춘 뒤 선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우리 경제와 안보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경제부터 빨간 불이 들어왔다. 코스피는 3일 큰 낙폭을 기록하며 6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 '공포지수'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고유가는 고물가와 고환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 불안한 정세 속에 방산 등 국내 기업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식품 등 중동에서 강세를 보이는 수출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동 관련성이 높은 산업과 수출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책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전략적 대비도 필요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개 행보를 보이며 짐짓 태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이 연달아 감행하고 있는 AI 등 새로운 차원의 군사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전략적 생존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핵무기 고도화 측면에서 이란에 비해 크게 앞서 있는 북한으로선 더욱 핵에 집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공개 채널 가동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장기화할 경우 주한미군 군사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든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중대 변수가 생길 때마다 허둥대는 외교로는 곤란하다.
정부는 현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일단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2억 배럴(221일분)의 비축유가 완충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늦지 않게 찾아야 한다. 중요한 건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장의 범위가 넓고 예측이 힘들다는 점이다. 과거 오일 쇼크는 공급 부족으로 시작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엔 금융 시장이 먼저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위기의 결이 다르다. 특히 안보 이슈를 포함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 중동 전쟁은 힘의 국제질서가 본격화하는 역사적 시험대다. 단순히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흥분하지 않되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복합 전략'이 나와야 한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