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고속국도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 오류와 관리 부실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고속국도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김포–파주', '함양–창녕', '강진–광주' 등 3개 고속국도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 물량을 중복 산정하거나 사업비 절감 방안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 등 사업비 산정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는 연약지반 흙쌓기 물량을 설계서에 중복 계상해 약 65억5000만원의 비용이 과다 반영됐고 터널 공사에서는 사업비 절감 방안을 마련하고도 설계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기성검사 시 실제 시공물량보다 10억7000만원의 공사비를 과다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함양–창녕 고속도로 건설사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터널 콘크리트 라이닝 설계 과정에서 철근량을 줄여 사업비를 절감하도록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이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채 시공을 완료하면서 약 26억5000만원의 예산 절감 기회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관리 체계 역시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도로공사가 건설관리 인력 운영 과정에서 고위험 작업 시에도 대체 인력 없이 휴가 등으로 현장을 이탈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현장 여건과 무관하게 고정된 감독 인력을 배치하는 등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우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의 관리 부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7명 사망 연쇄 다중추돌 사고와 관련해 도로공사에 '기관 경고' 조치를 내렸으며 상주IC 추돌사고로 인한 사상자 사건 역시 수사기관에 이첩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호 국회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도로공사 퇴직자 모임 '도성회'가 100% 출자한 업체를 두고 "도로공사 출신 인맥 중심의 '도피아 카르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수의계약을 통한 사업 독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단순한 내부 관리 문제를 넘어 국가 인프라 운영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 13일 고속도로 휴게소 현장을 방문해 "휴게소가 '비싸고 맛없어도 어쩔 수 없이 들르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기간 특정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돼 온 구조를 강하게 질타했다.
감사 결과와 잇따른 사고, 정치권 비판까지 겹치면서 도로공사의 사업 관리와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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