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이뤄온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공소청법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이뤄온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소청 신설 법안이 통과되면서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까지 상정되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권력기관 개편이 현실화됐다. 공소청·중수청법 모두 시행일은 10월2일이다.
국회는 20일 오후 3시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공소청 신설 법안을 총투표수 165표 가운데 찬성 164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막고 유리한 수사는 장악하겠다는 방탄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표결을 거부했다.

국민의힘이 진행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대한 종결 동의안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가결됐다. 필리버스터는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한 뒤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할 수 있는 셈이다.


이어 상정된 중수청 신설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즉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 직후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으며 이에 따라 24시간 이후 표결을 거쳐 필리버스터가 종료될 예정이다. 오는 21일 오후 4시쯤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번 공소청·중수청법의 핵심은 검찰이 독점해 온 수사·기소 권한을 분리하는 것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청을 대체해 공소 제기와 유지 기능만 담당하고, 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 등 수사를 전담하는 별도 기관으로 신설된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수사 지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했다. 법률로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우회적 수사권 확보 여지를 줄였고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폐지했다. 아울러 영장 집행 및 청구 과정에서의 지휘권도 삭제해 강제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통제 권한을 제거했다.


조직 체계는 3단 구조를 유지하되 명칭을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변경했다. 공소청 수장은 '검찰총장' 명칭을 유지하며 임기는 2년, 중임은 불가하다. 검사에 대해서는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탄핵 없이 징계를 통한 파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검찰청 소속 검사는 공소청으로 자동 승계된다.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되는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를 중심으로 수사한다. 이와 함께 법 왜곡죄 사건과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원 공무원의 재직 중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당초 정부안에 담겼던 '수사 개시 시 공소청 통보' 조항은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 영장 집행 지휘권 등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다뤄질 쟁점은 여전히 적지 않다.사진은 공소청법과 6대 중대범죄 수사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슴. /사진=뉴스1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 영장 집행 지휘권 등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다뤄질 쟁점은 여전히 적지 않다. 다만 이번과 같은 대대적 개편으로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 전·현직 대통령까지 직접 수사해 재판에 넘기던 과거 검찰 조직의 위상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검찰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출범한 이후 형사사법 체계의 핵심 기관으로 기능해 왔다. 법률상 신분 보장이 이뤄진 검사 제도를 바탕으로 권력형 비리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수행해 다. 다만 군사정권 시기에는 정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민주화 이후에도 표적수사·과잉수사 논란이 반복되며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민주당은 이번 개편을 권력기관 정상화로 규정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난 70여년 동안 무소불위를 휘두른 검찰의 전횡을 제도·법적으로 차단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마지막 여정이 오늘 시작된다"며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온 검찰을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게 돌려내는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사 역량 약화와 권력형 비리 대응 공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의 소위 검찰개혁은 결국 '최악의 악'으로 결론 났다"며 "경찰이 수사를 덮어도, 권한을 남용해서 인권을 침해해도, 사실상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힘없는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