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후보자는 프린스턴대 교수,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문위원,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등을 거친 거시금융 분야 권위자다. 글로벌 유동성과 금융안정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온 대표적 학자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과 금융안정'(Global Liquidity and Financial Stability)(2010) 등을 통해 물가 안정만으로는 금융불안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다. 한국 사례를 분석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평가: 한국 사례'(Assessing Macroprudential Policies: Case of Korea)(2013)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경제가 외부 자본 흐름에 취약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그의 정책 철학은 '금융의 설계자'로 설명된다. 단순한 경기 대응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안정성을 설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은행의 총 레버리지 한도 도입, 비핵심 외화부채 관리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금융 불균형을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은행의 비핵심 부채와 금융시스템 취약성'(Non-core Bank Liabilities and Financial Vulnerability)(2013) 논문에서 예금이 아닌 단기 차입 등 '비핵심 부채'가 금융위기의 핵심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통화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은 최근 글로벌 정책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BIS는 2025년 연간 보고서(Annual Economic Report)에서 금융중개 구조가 비은행 금융기관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금융 불안이 은행 밖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이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신 후보자 체제에서는 가계부채, 자산시장 과열, 환율 변동성 등 거시금융 리스크 관리에 정책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책 패러다임도 '위기 대응'에서 '사전 관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가 IMF 출신으로 위기 대응과 거시경제 운용에 강점을 보였다면, 신 후보자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구조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인물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은행은 경기 변동 대응보다 금융 불균형 축적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그간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하며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해왔지만, 신 후보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신호가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정책 메시지가 보다 간결해지고, 핵심 신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디지털 화폐에 대한 인식은 신 후보자의 정책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1월 ILF(Institute for Law and Finace) 콘퍼런스 강연에서 화폐의 본질을 '조정 장치'로 규정했다. 화폐는 경제 주체들의 거래를 하나로 묶는 공통의 기준이자 신뢰의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화폐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며, 중앙은행은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하는 '피뢰침'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신 후보자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일관되게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BIS 보고서 '차세대 통화·금융 시스템'(The Next-Generation Monetary and Financial System)(2023·2025)과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예금의 비교'(Sdivcoins versus tokenised deposits)(BIS Bulletin No.73)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최종적 신뢰 없이 법정화폐의 가치를 '빌려 쓰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호화폐 생태계는 구조적으로 파편화될 수밖에 없어 화폐의 핵심 속성인 '단일성'(singleness)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안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토큰화된 예금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혁신은 중앙은행의 신뢰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은행 중심 모델을 제시한 이창용 총재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인식 역시 뚜렷하다. 신 후보자는 글로벌 자본 유입·유출이 금융안정을 좌우하는 '위험 추구 채널'(risk-taking channel)을 강조하며 호황기 과도한 자본 유입과 위기 시 급격한 유출이 금융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외환 건전성 부담금 등 거시건전성 장치를 통해 자본 흐름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신 후보자 취임 이후 한국은행이 '물가 중심 중앙은행'에서 '금융안정까지 포괄하는 정책기관'으로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정책 메시지는 보다 단순·명확해지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비중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의 큰 틀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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