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사진=이한듬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양사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가운데 순환출자 관련 사건 조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 안건에 대한 조사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영풍이 계열사 와이피씨(YPC)에 고려아연 주식을 넘긴 행위가 공정거래법 22조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 순환출자 의혹에 대한 공정위 신고는 지난해 10월 이뤄졌다. 신고서에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적법한 경영권 방어를 무산시키고 지배력 확대를 위해 국내 계열사 와이피씨를 활용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영풍이 100% 자회사인 와이피씨를 설립하고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율 25.4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긴 것은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취지다. 해당 조치로 '영풍→와이피씨→고려아연→SMH(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영풍이 와이피씨 설립 직후인 지난해 3월12일 고려아연 주식 10주를 추가 취득한 점 역시 쟁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취득으로 '영풍→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별도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해외 계열사에 대한 출자는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국내 회사 간 출자는 명백히 금지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때문에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막히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유한회사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한회사 와이피씨로 지분을 넘겼다는 분석이 금융투자업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다. 와이피씨는 영풍이 지분 일체를 보유하고 있는 완전 자회사로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가 와이피씨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영풍은 지난해 공정위 신고 관련 입장문을 통해 "최대주주로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자산 구조 정비"라며 "영풍이 직접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형태로 변경한 것일 뿐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동은 없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