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지시선인 만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도심 속 교차로 등 주요 지점에서는 차량 유도선이 흐릿해지거나 끊어져 있어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량 유도선과 같은 노면표시는 도로 위에 선과 문자, 기호 등을 통해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교통 규칙과 진행 방향을 안내하는 대표적인 교통안전시설이다. 이 같은 유도선이 법제화된 것은 1982년 6월21일 내무부령 제376호에 의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6에 등록되면서부터다.
표시 기준은 ▲교차로가 넓거나 언덕 위에 있어서 진입하고자 하는 차로를 찾기 힘든 지점 ▲좌회전 길이가 긴 지점 ▲운전자의 야간 시인성 확보가 필요한 지점에서 좌회전 방향을 유도하기 위함 등이다. 첫 시행으로부터 44년이 경과했고 현재는 대부분 교차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찰청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 제5절에 따르면 모든 노면표시는 주야간 및 기상 상태와 관계없이 명확히 식별 가능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4조 제2항 역시 '교통안전시설을 설치·관리할 때 운전자와 보행자의 눈에 잘 띄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제화 40년이 훌쩍 넘었고 도로교통법 상에도 명시돼 있는 만큼 차량 유도선의 중요성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도심에서 차량 유도선이 불명확한 구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중구 숭례문오거리는 많은 차량이 지나는 도로다. 하루 교통량이 6만대 이상인 대형 교차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해당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약 15건이다. 기자가 이 곳을 찾은 지난달 말 차량 유도선은 마모돼 흐릿한 상태였다. 좌회전 차량들이 흐릿해진 유도선으로 인해 잠시 정차하자 뒤따르던 차량이 연신 경적을 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인근에 있던 한 택시 기사(53)는 "낮에는 시야가 확보돼 비교적 큰 문제가 없지만 야간이나 비가 오면 유도선이 잘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을 자주 느낀다"고 설명했다.
좌회전 유도선은 차량의 회전 경로를 시각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도선이 흐릿하거나 끊어져 있으면 운전자들이 경로 진입에 혼선을 겪어 교차로 내부에서 자칫 다른 차량과 궤적이 겹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유도선은 사고 시 책임 소재를 가르는 기준선 역할도 한다. 노면표시가 불명확할 경우 과실 판단에 혼선이 생길 수 있어 보다 명확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교차로 내 좌회전 사고에서는 유도선이나 가상 차선을 위반한 차량의 과실을 80% 수준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도선을 기준으로 차량의 정상 주행 여부를 판단한다는 의미다. 물론 사고 당시 교통 상황과 회피 가능성 등에 따라 과실은 조정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범죄에도 악용되기도 한다. 유도선이 명확할 경우 차량의 차선 침범 여부가 쉽게 드러나지만 노면표시가 흐릿한 교차로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고의 사고를 유발하는 이른바 보험사기에 취약할 수 있다. 2023년 대구, 경북 안동 등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10억원 상당을 가로챈 보험사기 일당 94명이 검거되는 일이 있었다. 수사 결과 이들은 1·2차로 동시 좌회전이 가능한 교차로에서 1차로 진행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거나 침범할 때를 노렸다.
유도선과 같은 노면표시 개선 시 사고 위험이 줄어든 사례도 존재한다. 2023년 인천 부평구는 인천부평경찰서와 협의해 시내 교차로 '유도선 개선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개선 사업 내용은 ▲진입부 3개 차로 이상의 경우 1차로를 1·2차로 진입 및 2차로를 3차로 진입하도록 유도선 설치 ▲진입부 2개 차로의 경우 좌회전 차량 회전 폭을 고려해 유도선 폭을 5m로 넓게 개선했다. 개선 작업 이후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 좌회전 유도선 준수율이 개선 전 31.0%에서 개선 후 69.8%로 준수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다양한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차량 유도선과 같은 노면표시는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흐릿한 노면표시를 빠르게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서울에서 이를 관리하는 곳은 시 산하 도로사업소다. 도로사업소는 지역에 따라 6곳으로 나뉘어 있다. 사업소에 따르면 노면표시 보수 주기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업소 관계자는 "상·하반기로 나눠 정기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며 "민원이 접수되거나 점검을 통한 하자가 발견되면 보수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소해 보이는 유도선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사고율을 줄일 수 있다면 좀 더 적극적인 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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