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주최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법리적 쟁점과 오남용 방지 대책'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집단소송법 입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법안이 통과되면 남소(소송 남용)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 실질적 구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등 범여권은 집단소송법 제정안 14건을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상정했다. 지난 22일 법사위는 공청회를 열고 14건 가운데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구갑)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다른 법안은 향후 심사 과정에서 단일안으로 병합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박 의원 법안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박 의원 법안은 옵트아웃(거부 의사가 없으면 자동 참여) 방식과 소급 적용, 적용 범위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조계, 교수들은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남소와 피해 구제 효과 저하 등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곽규택 의원은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에 이어 집단소송법까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경영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법률 오남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집단소송법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과도할 경우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최 교수는 집단소송법이 시행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도 철저히 대비해도 사고가 발생하는데 국가는 집단소송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소급효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안에서도 국가배상 소송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형법 불소급 원칙은 깨뜨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했다.
박 의원 법안의 '법안 통과 이전 3년 이내 소급 적용'과 관련해 최 교수는 "소급효와 소멸시효를 혼동한 것 아닌가"라며 "불법행위 소멸시효가 3년인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쿠팡 사건은 이미 종료된 사안으로 부진정 소급 입법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 번 물꼬를 터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집단소송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집단소송제가 우리 법 체계에 도입된 것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차관 도입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증권 분야에 도입됐지만 미국에서도 소송 남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했다. 이어 "박균택 의원안은 기존 증권 집단소송 제도를 유지하면서 적용 범위만 확대하고 부칙에서 소급 적용을 규정했다"며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국민참여재판 도입, 분배 잔여금 귀속 등이 주요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옵트아웃 방식에 대해 한 교수는 "기판력이 예상보다 넓게 적용돼 개별 소송을 했을 경우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불완전한 피해 구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보수가 40~50%에 달해 대형 로펌이 소액을 분배하는 구조가 많고 불법행위가 불명확해도 소송이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적용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증권 분야는 거래 이력이 남아 피해자 특정과 손해 산정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다른 분야는 피해 여부 자체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판력 확대의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 도입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강영기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업 내부 문건 공개는 영업이익 침해 위험이 크다"며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혜진 검사는 "옵트아웃 방식보다 옵트인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며 "옵트아웃 방식은 승소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9일 제1소위를 열고 집단소송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위에서 의결되면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반기 내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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