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이틀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오는 2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노조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사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요구안을 제도화하지 않을 경우 조정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본래 제도 취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성과급은 통상 회사나 사업부가 목표 실적을 초과 달성했을 때 해당 성과를 임직원과 나누는 보상 성격이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정률로 배분하는 방식이 적용될 경우 회사 목표 달성 여부나 개인 기여도와 별개로 회사 이익을 배분받게 된다.
영업이익 정률 배분 방식이 굳어질 경우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엔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지만 불황기엔 설비 가동률 하락, 가격 하락, 재고 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다. 이에 기업들은 호황기에 거둔 이익에 안주하기보다 선단공정 전환과 신규 생산능력 확보,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등에 투자를 늘려 다음 사이클을 준비한다. 영업이익 일부가 인건비성 비용으로 고정된다면 호황기엔 연구개발·생산시설 투자에 활용할 재원이 줄고 불황기엔 초과이익이 없더라도 영업이익에서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수십조원대 비용이 고정적으로 반영되면 회사가 적기에 미래 전략투자를 집행하지 못해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 있고 주주 환원 규모도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안에 따를 경우 연간 추가 인건비 부담이 21조~39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업이익 정률 배분이 주주권익을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세미나에서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성격이 있다"며 "영업이익을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이며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고 했다. 영업이익 일부가 성과급 재원으로 먼저 확정되면 투자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은 줄어드는 반면 노조는 위험 부담 없이 회사 이익 일부를 우선 확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가 직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사회적 지지를 받기 어려워진다"며 "반도체 호황은 임직원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성과가 아닌 만큼 협력업체, 지역사회, 주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함께 고려해 요구안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의가 단순 노사 간 임금 협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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