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 포함)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117.4GWh로 전년 동기보다 17.4%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셀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29.6%로 전년 동기 대비 8.3%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3GWh로 0.1% 줄었고, SK온은 9GWh로 10.2%, 삼성SDI는 5.3GWh로 27.7% 감소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은 아직 관련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진 배경으로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가 지목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지역을 핵심 수요처로 두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9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연관 수요가 빠르게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달 SK온과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던 일본 닛산자동차가 미국 전기차 생산 계획을 중단한 게 지금의 시장 상황을 대변한다.
중국업체들의 글로벌 행보 역시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동일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역성장한 것과 달리 중국업체인 CATL과 BYD의 존재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서다. 두 업체의 1분기 합산 점유율은 51%로 지난해 1분기(37%)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닦아왔던 과거와 달리 유럽을 비롯한 비중국 고객사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며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녹록지 않은 환경 속 배터리업계의 해답은 사실상 비전기차 시장에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국 영향력이 저조한 동시에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북미 ESS 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은) 비중국 현지 생산 제품 선호 기조,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구조적 성장 국면을 맞이한 북미 ESS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2030년 이후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3사 역시 시장 흐름에 맞춰 현지 생산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에서만 ESS 거점 5곳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5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지난해 ESS 수주 규모 90GWh를 상회하는 신규 공급계약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로 전환해 양산하고 있으며 SK온은 조지아 공장 생산라인을 ESS 라인으로 전환한 상태다.
휴머노이드 시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AI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함께 고성능 배터리 개발이 주요 과제로 떠올라서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2035년 약 60조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해당 분야에 관한 연구와 투자가 배터리업계의 새로운 승부수가 될 거란 전망이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신수요 분야에서의 성장을 통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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