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24년7월8일 서울 시내 한 냉면 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앞으로 5년간 대기업은 국내 국수와 냉면 시장에서 함부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진입 장벽이 낮아 영세 소상공인이 몰려 있는 골목상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가정간편식(HMR)과 수출용 제품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소상공인을 통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은 무제한 허용하는 등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상생 카드도 동시에 제시됐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국수 제조업과 냉면 제조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두 업종의 지정 기간은 올해 5월 27일부터 오는 2031년 5월 26일까지 5년간 연장된다.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2018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과 경영 안정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 등이 5년간 사업을 인수하거나 개시, 또는 확장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강제 이행금 등이 부과된다. 국수·냉면 제조업은 지난 2021년 최초 지정된 이후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재지정 심의를 받아왔다.
건면·생면 중심 차단… 'HMR·수출'은 예외 허용
심의위원회는 국수와 냉면 시장의 영세성과 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제도가 전체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선택권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전체를 전면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지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보호 대상 업종의 범위는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국수 중 건면과 생면, 냉면 중 건면·생면·숙면으로 한정했다.

특히 글로벌 K-푸드 열풍과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반영해 대기업 등이 수출이나 가정간편식(HMR) 제조를 위해 생산·판매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사업의 인수나 개시, 확장을 승인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미래 먹거리 영역은 열어두되, 전통적인 면류 제조 시장에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겠다는 취지다.

대기업의 국내 출하량 확장 제한 비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대동소이하게 최근 5년 중 '최대 연간 출하량'을 기준으로 직접 생산은 110% 이내, 중소기업 OEM은 130% 이내까지만 생산과 판매가 허용된다.


이번 재지정의 가장 큰 특징은 소상공인들과의 실질적인 상생 협력을 유도하는 장치가 보완됐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대기업이 소상공인 공장으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하는 OEM 생산·판매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제한 없이 무제한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대기업의 브랜드·유통망과 소상공인의 제조 역량을 결합해 상생 모델을 만들라는 정부의 유인책이다.
보호 넘어 자생력 키운다…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지원
정부는 이번 재지정 조치와 더불어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은청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의결 사항이 제도적으로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소상공인들을 보호구역에 묶어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소상공인 생활문화 혁신지원 사업' 등을 연계해 소상공인의 제품 및 서비스 개선을 직접 지원하는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