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서 노동계는 민주당이 제시한 3가지 정년연장 방안보다 더 빠른 정년연장을, 경영계는 더 늦은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사진은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2차 본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정 정년연장 논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민주당이 제시한 3가지 정년연장 방안의 양 끝을 넘어서는 정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민주당 안보다 빠른 정년연장을, 경영계는 더 늦은 정년연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년연장 효과가 명예퇴직·희망퇴직·구조조정 등으로 무력화되지 않도록 조기퇴직 비율이 높은 기업에는 세제상 불이익을 주고 고용보험료를 더 부과하는 방안(고용보험 경험요율제)도 함께 요구했다.
21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일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 각각 선호하는 정년연장안을 법안 형태로 제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노사에 세 가지 정년연장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2028년부터 2036년까지 2년 간격으로 1년씩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이다. 2안은 2029년부터 2039년까지 2~3년 주기로 1년씩 연장하는 방안, 3안은 2029년부터 2041년까지 3년마다 1년씩 연장하는 방안이다.

민주노총은 현행 60세인 법정 최저 정년을 65세로 상향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노령연금 지급개시연령 상향 일정에 맞춰 2026년 법을 개정하고, 2027년 1월1일부터 63세, 2028년 1월1일부터 64세, 2033년 1월1일부터 65세 정년을 시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안 가운데 가장 빠른 1안보다도 시행 시점을 1년 앞당긴 것이다. 민주노총은 법정 정년과 연금수급연령 사이에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해소하려면 조속히 법정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경영계는 민주당이 제시한 안 가운데 가장 늦고 완만한 3안을 기본으로 하되 시행 시점을 1년 이상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 3안이 퇴직 후 재고용 확대를 2027년부터, 법정 정년연장을 2029년부터 시작하는 방식인데 만약 1년 늦춘다면 재고용 확대는 2028년부터, 법정 정년연장은 2030년부터 시작된다.

다만 경영계는 원칙적으로 법정 정년연장에 반대한다는 점도 입장서에 명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정년연장특위가 1·2·3안 범위 안에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범위를 벗어난 안은 논의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밝히자 경영계는 '하한선' 차원에서 의견을 냈다. 경영계의 기본 입장은 법정 정년연장 반대와 퇴직 후 재고용 확대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입장도 정반대다. 민주노총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조정은 법에 명시하거나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 노사 자율교섭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산업·업종별 특성에 따라 직무 조정, 노동시간 조정, 임금체계 개편 여부를 산별교섭이나 업종별 교섭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임금피크제 폐기를 요구했다. 연령에 따른 임금체계 변경은 연령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크고, 60세 정년 의무화 당시 정부 지침으로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강제되면서 법적 분쟁과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정년연장 법안에서 임금체계 개편 조항을 사실상 분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 제19조의2는 정년연장 사업장의 사업주와 과반노조 또는 근로자대표가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문구가 정년연장을 임금피크제 등 임금삭감과 연계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조항 제목의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으로, 본문상 '임금체계 개편' 표현을 '고용지원금'으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고령자 고용연장을 추진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 완화 등 임금체계 개편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개편하더라도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년연장 이후 조기퇴직을 막기 위한 장치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노총은 65세 정년이 의무화되더라도 명예퇴직, 희망퇴직, 구조조정 등으로 고령자의 고용보호 수준이 낮아지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비자발적 조기퇴직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는 세제혜택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불안 기업에 고용보험 부가보험료를 더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요구했다.

정년연장특위는 노사 양측이 제출한 안을 함께 검토해 오는 6월3일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7~8월 국회 본회의 처리를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민주당 복수안의 양 끝을 넘어선 요구를 내놓으면서 법안 조율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법정 정년연장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