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달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3월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사진=뉴스1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지난 3월에 이어 지난달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36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2019년 3월 이후 가장 긴 흑자 행진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3월(379억3000만달러)에 이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통관기준 수출입 통계 등이 조정되면서 지난달 공표된 수치보다 6억달러 상향 수정됐다.

올해 1~4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2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0억달러)의 4배를 웃돌았다. 이는 2024년 연간 흑자 규모를 이미 넘어선 수준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에도 근접했다. 특히 월간 경상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웃돌았다.


다만 흑자 규모는 전월 대비 축소됐다. 한은은 분기 말인 3월에 수출이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이 사라진 데다 4월 주요 기업들의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상품수지는 338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역시 지난 3월(356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수출은 90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5% 증가했고 수입은 567억달러로 16.1%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정보기술(IT) 품목이 견인했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71.4% 증가했고 컴퓨터 주변기기는 411.3%, 정보통신기기는 123.2% 늘었다. 비IT 품목에서도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의약품, 선박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IT 품목뿐 아니라 석유제품과 의약품, 선박 등 비IT 품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흐름을 K자형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74.2%), 중국(62.6%), 미국(54.0%), 일본(28.4%), 유럽연합(EU·8.5%)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24.9% 감소했다. 한은은 중동 지역 물류 여건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반도체 제조장비와 반도체 등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한은은 아직 물류 차질이나 원자재 수급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도입 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44.2% 상승했지만 도입 물량은 21.6%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24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3억1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수지는 2022년 12월 이후 40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매월 말 유입되던 대규모 컴퓨터 서비스 대가가 5월 초로 이연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여행수지는 지난 3월 1억4000만달러 흑자에서 3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4월 국내 입국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는 크게 개선됐다.

본원소득수지는 25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기업들의 배당 지급이 집중된 데다 배당성향이 높아지면서 배당소득수지가 30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4월 적자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254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62억4000만달러 늘었고 해외 증권투자도 주식을 중심으로 82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35억1000만달러 증가로 전환했다. 외국인 주식투자는 12억4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전월(-293억3000만달러) 대비 매도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 등에 힘입어 47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5월에도 반도체 수출이 3월에 버금가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된다"며 "4월 배당 지급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는 점을 감안하면 5월 경상수지도 3월 수준에 근접한 높은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744억달러로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독일·대만보다 뒤처졌지만, 올해 1분기에는 이들 국가를 앞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