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SDS 지부는 지난 6일 출범한 데 이어 이튿날인 7일 이준희 대표에게 단체교섭 요구서를 공식 제출했다. 노조는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뒤 빠르게 과반 이상의 가입 신청을 확보하며 세를 키웠다. 삼성SDS는 그동안 노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노사 관계를 유지해 삼성그룹 내 대표적인 '무노조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회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 직원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SDS에서도 노조가 출범했다. 새로운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삼성SDS 경영진이 내부 갈등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갈등의 도화선은 직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성과급 제도 개편이었다. 회사는 기존 현금으로 지급하던 목표인센티브(PI)를 폐지하고 연 1회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실질적인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이 커졌다. 자사주 지급 이후 임직원들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 기존 목표인센티브 역시 퇴직금 산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해당 개편안은 전체 직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이준희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임직원들에게 사과문을 보내 소통 부족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뒤 대응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번 노사 갈등은 삼성SDS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불거졌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삼성SDS는 2031년까지 AI 풀스택 중심 사업 전환과 신사업, 인수·합병(M&A)에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I·클라우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지만 내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조직 안정성과 실행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임 황성우 대표 시절부터 이어진 기업가치 제고 과제 역시 이준희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황 전 대표 재임 기간 삼성SDS는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클라우드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진 셈이다.
주가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S는 AI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6월1일 한국거래소 기준 종가 36만2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만원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19만96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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