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이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사진은 김주형이 2024에 열린 찰스 슈왑 챌린지에서 티샷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김주형은 지난달 US오픈 출전권이 없어 예선전을 거쳐야 했다. 당시 그의 연습을 지켜본 세계적인 스윙 코치 션 폴리는 이렇게 말했다.
"톰은 골프에 영혼을 쏟아붓고 있다. 투어 생활 20년 동안 저 정도의 집념은 본 적이 없다."
톰은 김주형의 영어 이름이다. 폴리가 본 것은 한때 천재로 불렸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증명해야 했던 선수였다. 메이저 출전권을 되찾기 위해,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김주형은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넣고 있었다.
그 노력은 US오픈 단독 3위로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스코틀랜드에서 마침내 우승으로 완성됐다.
김주형은 13일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호주 교포 이민우를 2타 차로 제쳤다. 2023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이후 1001일 만에 거둔 PGA 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이었다.
우승 뒤 그는 "그동안 험블 파이(humble pie)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다는 뜻이다. 이번 우승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었다.

김주형은 스무 살에 성공 가도에 올랐다. PGA 투어에 등장하자마자 두 차례 우승했고, 타이거 우즈보다 빠른 속도로 승수를 쌓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1위가 될 재목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골프는 재능만 확인해 주는 스포츠가 아니다. 실패를 어떻게 견디는지도 묻는다.
김주형은 퍼팅 난조를 겪었고 몸과 마음이 함께 흔들렸다. 페덱스컵 순위는 단 한 계단 차이로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시그니처 대회(Signature Event)와 메이저 출전 기회를 잃었고, 한때는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몸이 굳는 입스(yips)와도 싸워야 했다.


절친한 스코티 셰플러가 세계 최강자로 올라서는 동안 김주형은 결정적인 우승 경쟁에서 번번이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잘되던 일이 왜 갑자기 되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 세상이 자신을 천재라 부르던 속도만큼 빠르게 의심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 시간은 스물네 살의 선수에게 길고 잔인했을 것이다.

그 어두운 시기를 버티는 데는 경기장 밖의 변화도 컸다.
김주형은 지난해 말 이서연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투어 생활은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동과 경쟁, 실패를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한 시간의 연속이다. 그런 시기에 조건 없이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기술적인 전환점은 올해 2월 찾아왔다. 김주형은 션 폴리와 새롭게 손을 잡았다. 타이거 우즈와 리디아 고 등을 지도한 캐나다 출신의 폴리는 이전부터 김주형의 스윙을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만큼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왔다.
김주형은 스윙을 다시 정비했고,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스카티 카메론 퍼터로 돌아갔다.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자신이 잘하던 감각을 되찾는 선택이었다.

이번 우승은 통산 4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주형은 25세 이전에 PGA 투어 4승을 거둔 역대 네 번째 비미국인 선수가 됐다. 앞서 이 기록을 세운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 세르히오 가르시아, 마쓰야마 히데키였다. 기록만 놓고 보면 김주형은 여전히 세계 골프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젊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네 번째 우승은 앞선 세 번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스무 살의 김주형은 자신의 재능을 앞세워 질주했다.
스물네 살의 김주형은 자신의 약함까지 받아들인 채 경기를 풀어간다.
최종 라운드 16번 홀에서 200야드가 넘는 거리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홀 가까이 붙인 샷은 그의 공격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승을 만든 것은 화려한 샷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린을 놓친 13차례 위기 가운데 12차례를 막아낸 스크램블링(scrambling), 보기 없이 마지막 라운드를 버틴 인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찾는 능력이 함께 있었다.

DP월드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김주형의 지난 시간을 '골프의 황야를 지나온 시기'로 표현했다. 우승 뒤 눈물을 흘리고 타이거 우즈의 축하 문자를 받은 장면을 전하며, 이번 승리를 단순한 성적 회복이 아니라 젊은 스타의 귀환으로 해석했다.
우즈는 누구보다 이른 성공과 추락, 부상과 재기를 모두 경험한 선수다. 챔피언의 탄생과 재탄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즈는 이번 우승에서 자신이 오래전에 배운 진실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재능은 선수를 정상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겸손과 인내, 실패를 견디는 힘이 그를 다시 정상으로 데려가고 그 자리에 머물게 한다.
김주형이 이번 우승을 통해 깨달은 최고의 덕목도 그것이 아닐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태도. 처음부터 다시 배울 수 있는 용기. 주변의 도움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겸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끈기.
스무 살의 김주형이 천재의 탄생을 보여줬다면, 스물네 살의 김주형은 챔피언이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지를 보여줬다.
민학수 스포츠전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