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순자산이 531조원 증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산 규모보다 '국부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국부)이 531조원이 늘어 2경4561조원을 기록했다. 토지와 주택 가격 상승이 비금융자산 증가를 이끌면서 국부는 확대됐지만, 증가분이 서울·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자산가격 상승에 집중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괴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부의 '양'보다 무엇이 국부를 늘렸는지, 그리고 그 증가가 경제 성장의 질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짚는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순자산은 2경4561조원으로 전년보다 531조원(2.2%) 증가했다. 비금융자산은 857조원(3.8%) 늘어난 반면 순금융자산은 326조원(20.4%) 감소했다.

국부 증가를 견인한 것은 토지를 중심으로 한 비생산자산 가격 상승이었다. 토지자산은 554조원(4.6%) 증가했고 주택 시가총액도 571조원(8.0%) 늘어 자산가치 상승을 반영했다. 반면 생산자산은 건설자산(191조원), 설비자산(63조원), 지식재산생산물(50조원) 등을 중심으로 총 303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건설투자 부진의 영향으로 증가율도 전년(3.7%)보다 둔화됐다. 여기에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순금융자산이 326조원 감소해 비금융자산 증가분을 일부 상쇄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순자산 증가는 지난해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소득보다 자산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해 온 흐름이 누적된 결과"라며 "모든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서울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 등 선호 지역의 자산가격 상승이 국부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는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자산인 만큼 수요가 선호 입지로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고, 이러한 지역별 격차가 국민대차대조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생산성 높이는 방향으로 국부 증가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를 단순히 국부가 늘었다는 결과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부 증가의 상당 부분이 토지·주택 등 비생산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만큼 경제의 성장잠재력 측면에서는 한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생산자산인 토지에서 국부 증가가 크게 나타난 만큼 이를 생산적인 측면에서 건전한 국부 증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생산 활동과 직접 연결되는 자산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국부가 늘어난 것이어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생산과 투자에 활용되는 자산이 늘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부가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비생산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국부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자산 증가의 편중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순자산은 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평균적인 지표"라며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는 국부가 늘어나더라도 개인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도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이 성장을 이끄는 'K자형 경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 역시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난 만큼 자산가격 상승의 온기가 국민 전체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순자산 같은 총량지표는 좋아질 수 있지만 실물경기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다를 수 있다"며 "경제를 평가할 때는 총량지표뿐 아니라 자산 증가가 어디에서 발생했고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같은 세부적인 내용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