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산은지주의 민영화를 위해 소매영업 강화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HSBC 한국법인의 인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HSBC 한국법인 인수가격과 직원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소 난항을 겪었지만, 최근 양측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은지주 측은 이르면 4월 중 HSBC 한국법인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산은지주, 이달 중 M&A 공식 입장 밝힐 듯
산은지주와 HSBC 한국법인은 일단 이번 M&A(인수합병)에 대해 입단속을 하고 있다.
HSBC 한국법인 관계자는 산은지주와의 M&A 진행과 관련 "노코멘트"라며 "지금은 공식적으로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지주 측 역시 "현재 딜(Deal)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M&A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확정된 것도, 결정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HSBC 한국법인 M&A에 관여한 산업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곧 진전된 내용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발표 시기는 아마도 4월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부에서는 상반기 안으로 끝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높다. 아직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은지주와 HSBC는 이미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산은지주와 HSBC 한국법인의 M&A가 급속도로 빨라진 것은 강만수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양측 CEO들의 면담에서도 성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강 회장은 지난 3월15일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더글라스 플린트 HSBC 회장과 직접 만나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출장은 영국과 아일랜드, 헝가리 등 유럽 3개국의 금융권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외부에 알려졌는데 이 기간 중 더글라스 플린트 회장도 함께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 회장이 HSBC 회장과 면담했다면 당연히 HSBC 한국법인 인수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며 "이미 HSBC 한국법인의 매각설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양측이 가격과 조건만 맞는다면 굳이 시간끌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만수 회장 역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HSBC의 사정이 있어서 협의 중이지만 인수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막바지 단계임을 인정했다. 그는 또 상반기 내에 인수를 하겠다는 의지를 사석에서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사진 류승희기자
◆연내 기업공개…민영화 작업 순항
산은지주가 HSBC 한국법인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개인금융을 늘려 독자적 민영화에 나서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3월 삼고초려로 강만수 회장을 끌어들인 것도 산은지주 민영화 작업에 가장 적임자로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강 회장 역시 3년의 임기기간 내 산은지주의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당초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동시에 민영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강 회장은 산은지주의 독자적인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금융 인수를 통한 민영화 추진과 달리 반대의 목소리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순항 중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금융권 내에서의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기업공개의 걸림돌이었던 산은지주와 산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이끌었던 것. HSBC 한국법인 인수 역시 이러한 민영화와 IPO의 공모가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HSBC 한국법인의 지점이 10개에 불과하지만 개인금융이 취약한 산은지주는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는 인수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만약 강 회장이 HSBC 인수에 성공한다면 연말 IPO를 통한 민영화 추진에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은노조 인력감축 우려 표명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은행 노조와 금융당국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회사가 더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만약 기존 직원들의 처우가 악화되거나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면 결코 환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의 관례를 보면 M&A가 진행되고 나면 몇개월 지나지 않아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이 진행돼 왔다. 시장에서는 '신의 직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직원들의 노고와 희생을 저버리고 (사측이) M&A를 이유로 인원을 감축한다면 결코 좌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HSBC 직원들의 처우도 생각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보다는 적절한 인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측이 우리 직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산은지주의 불도저 민영화 방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특수은행이어서 금감원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깊이 알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볼 때 민영화 작업을 위한 준비과정이 너무 빠르고 서두르는 느낌"이라며 "이같은 빠른 민영화 추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