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이 얼마나 잘 사는지를 평가하려면 그 가정의 총수입을 봐야 한다. 이때 아버지의 연봉만 봐야할지, 아내와 아들을 포함한 온 가족이 버는 돈을 모두 합해야 할지가 문제다. 가족이 외부에서 돈을 벌고 저축을 한다면 가정의 수입과 자산이 늘어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아들이 결혼할 때 모든 비용을 아버지가 내거나, 전부 또는 일부를 아들이 직접 모은 돈으로 부담하더라도 결국은 그 가정의 총자산에서 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학비를 조달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들이 돈을 벌지 않을 경우 아버지가 부담해야 하는 학비라면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아버지의 수입과 대등한 수입으로 여길 수 있다. 아내가 가게를 운영하며 돈을 버는데 가게 자본금의 일부를 친척이 보태준 것이라면 가게 수익에서 각 사람의 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자회사·계열회사가 있고 지분을 투자한 회사가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위해 기업실적을 평가할 때에도 어떤 범위까지 포함시킬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특히 가치투자자라면 주가의 저평가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기업의 연간순이익과 주당순이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순이익과 주당순이익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혼란스러워진다.
예컨대 SK의 경우 2011년 기업의 개별 순이익은 4266억원, 포괄순이익은 4249억원이며 종속기업을 포함해 작성되는 연결재무제표의 순이익은 5조1031억원, 포괄순이익은 4조7518억원으로 나타났다. 연결재무제표의 순이익 5조1031억원은 다시 지배기업소유주지분순이익 1조6731억원과 비지배지분순이익 3조4300억원으로 나뉜다.
연결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에 기타포괄손익이 더해지면 총포괄손익 4조7518억원이 되는 것이다. 기타포괄손익에는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 관계기업 및 조인트벤처투자평가손익, 파생상품평가손익, 해외사업환산손익, 보험수리적손익 등이 포함된다. 연결재무제표 상 총포괄손익 역시 지배기업소유주지분(1조5543억원)과 비지배지분(3조1976억원)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어떤 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좋을까. 종속기업까지 포함하는 연결재무제표 상 지배기업소유주지분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SK의 경우 주당순이익은 SK의 개별 순이익에 바탕을 둘 때에는 1만519원인 반면, 연결재무제표 상 지배회사지분순이익에 바탕을 둘 때에는 4만1315원이 된다. 무려 4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어떤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가치평가 척도가 4배까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상장기업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돼 연간실적을 연결재무제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 공표하는 회계기준이다. 연결재무제표에는 지배 및 종속관계에 있는 2개 이상의 회사를 1개의 기업집단으로 보고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사업보고서에는 이러한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으로 발표하면서도 기업의 실적 공시는 여전히 개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언론에도 연결재무제표에 바탕을 두지 않고 기업에서 내보내는 실적 공시가 기본으로 발표된다. 개별재무제표의 순이익과 연결재무제표의 순이익이 크게 다를 때에는 기업실적을 평가하는데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종속기업이 포함되는 연결재무제표로 평가하면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도 있고 감소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적자가 흑자로 바뀔 수도 있고 흑자가 적자로 바뀔 수도 있다.
◆연결재무제표로 엇갈리는 명암
대기업의 지난해 실적(표 참조)을 보면 삼성전자는 전년도 개별재무제표 상 순이익이 연결재무제표로 바뀌면 33.2%나 늘어난다. 주당순이익도 6만원대에서 9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호남석유화학 등도 30% 이상 늘어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연결재무제표로 전환 시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61.5%, 89.2%에 달한다. 과거의 잣대로 평가할 때보다 국제회계기준으로 평가할 때 훨씬 더 우량한 실적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SK는 지주회사로서 8개 자회사의 지분(SK이노베이션 33.4%, SK텔레콤 25.2%, SK네트웍스 39.1%, SKC 42.5% , SK건설 40.0%, SK해운 83.1%, SK E&S 94.1%, SK바이오팜 100.0%)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3사는 주식의 장부가액이 자산총액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순이익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연결순이익이 대폭 증가한다.
역시 지주회사인 LG도 연결재무제표 순이익이 개별재무제표보다 147.4%나 늘어난다. 자회사 중 LG전자는 적자이지만 LG화학, LG생활건강, 서브원, LG실트론, LG엠엠에이 등에서는 우량한 실적이 얻어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와 연결 시 순이익이 30% 이상 줄어든다. 지분을 100% 출자한 미국법인 엔씨인터랙티브(NC Interactive), 아레나넷(ArenaNet)과 유럽법인 엔씨유럽(NC Europe)의 적자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효성과 하이닉스 등은 연결재무제표로 전환 시 순이익이 아예 적자로 바뀐다. 또 LG전자는 개별재무제표 상보다 연결재무제표 상의 적자폭이 더 커진다.
반면 한미약품의 경우 개별재무제표 상으로는 81.3억원 적자이지만 종속기업들과 연결하면 54.3억원 흑자로 둔갑한다. 자회사 중 지분을 73.68% 소유한 북경한미유한공사의 당기순이익이 131.5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들의 연결 실적에도 주목
중소형주에 해당하는 기업 중에도 종속기업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중 대덕GDS처럼 연결재무제표 작성 시 순이익이 30% 이상 크게 줄어드는 회사도 있다. 서희건설은 개별재무제표로는 81억원 흑자이지만 자회사와 연결되면 53억원 적자로 뒤집어진다.
건설화학은 해마다 순이익이 꾸준히 발생하는 강남화성, 케이피아이, 강남건영, ㈜강남 등을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어 연결재무제표로 평가하면 순이익이 45.4% 늘어난다. 원익쿼츠와 노루페인트는 순이익이 각각 56%, 79% 이상 늘어난다. 태경산업은 우량 중소기업인 백광소재, 태경화학, 남영전구, 경인화학산업의 실적 반영 시 순이익이 100.7% 증가한다. 이를 반영하면 주당순이익도 2배로 늘어나 주가이익비율(PER)이 10.8에서 5.4로 낮아진다(이하 PER 3월30일 종가 기준).
동국실업, 사조산업 등도 자회사 실적 반영 시 순이익 증가율이 100% 이상 된다. 동국실업의 개별 순이익은 89억7000만원인 반면 지분을 26.8% 소유한 갑을상사는 순이익이 246억9000만원, 100% 소유한 염성동국기차배건유한공사는 87억6000만원이 되어 연결순이익이 219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PER은 7.4에서 3.0으로 낮아진다.
사조산업은 원양어업과 식품사업을 하면서 같은 분야의 회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중 지분율 99.99%인 사조씨푸드와 지분율 35.4%인 사조대림의 순이익 기여도가 높다. 지주회사인 S&T홀딩스는 S&T중공업과 S&T대우의 우량한 실적에 힘입어 연결순이익이 453% 이상 급증해 PER이 30.6에서 5.5로 낮아진다. 자본금이 20억원에 불과한 초소형주 서산 역시 순이익이 733.1%나 늘어나 PER이 24.3에서 1.6으로 대폭 낮아진다.
자본금이 15억원에 불과한 또 다른 초소형주 한국가구는 가구업의 순이익은 1억6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사업다각화 목적으로 2010년 10월에 100% 지분을 인수한 제원인터내쇼날의 순이익이 37억4000만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한국가구의 연결순이익은 18억6000만원으로 1000% 이상 급증한다.
SG그룹의 SG&G는 물류사업, 자동차부품사업, 전자복권사업 등에서 23억4000만원 순이익이 발생했는데, 연결대상종속기업들의 실적을 반영하면 순이익이 746.0% 늘어난 198억2000만원에 달한다. 주당순이익도 65원에서 593원으로 급증, PER이 32.7에서 3.6으로 크게 낮아진다.
대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국제회계기준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 의무적이지는 않다. 공시제도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중소형사도 자회사들의 매출과 이익을 모회사에 반영시키는 연결재무제표를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