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의 혼인건수가 전년 동월비 2008년 -10.0%, 2009년 -3.8%, 2010년 -7.2%를 기록하다가 2011년 1.9%로 소폭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올 1월에는 갑자기 크게 늘어 9.0%를 기록했다. 올해는 2월이 윤달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자녀 갖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구시대적인 이런 속설을 아직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음이 얼핏 이해되지 않지만, 믿지는 않더라도 안 좋다는 얘기를 굳이 모른 체하기는 힘든 것이 심리인 것 같다.
이와는 반대로 좋다고 하는 속설도 역시 참고로 하는 심리는 쌍춘절(2006년) 황금돼지 해(2007년)에 혼인건수가 급증했던 데이터에서 확인된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 다음해는 혼인건수가 급감했다가 2010년에 다소 회복한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윤달에 앞서서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 사람들이 늘어 혼인건수가 2만9200건이 됐지만 이혼건수도 9000건으로 만만찮게 많았다.
실제로 윤달에 결혼한 사람들이 이혼도 많이 하는지 검증됐다는 보도는 보지 못했다. 어떤 부부든지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 수십년 동안 같은 길을 둘이 함께 무난히 걸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시기에 결혼하는지 보다는 어떤 생각으로 결혼하고 그 결혼생활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백년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결혼생활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으로 "배우자는 청년시절에는 연인, 중년시절에는 친구, 노년기에는 간호사"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된 후 두 사람이 영원히 젊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데 결혼할 때는 '연인'이라는 감정만을 갖고 결혼하므로 그 감정이 약화될 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연인으로서 결혼하는 것이고 그러한 마음을 지속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뜨겁던 사랑도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변하는 현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부부 사이가 연인의 감정만으로 이어지기를 고집한다면 그 감정이 줄어들고 도덕심이 약해지는 순간 가정 밖에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감정을 추구하고자 바람을 피게 될 우려도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변해가듯이 배우자를 대하는 마음도 세월이 흐르면서 호르몬 분비가 달라짐에 따라 자연스레 변해갈 수 있는 법이다. 다만 그것이 잘못된 방향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은 중년시절에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중년시절에는 친구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는 흔히 이해관계를 기본 바탕으로 한다.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모이고 협력하며, 이해관계가 달라질 때 경쟁자가 되거나 심지어 배척하기도 한다. 현대에는 사회생활에서의 압박감과 각종 스트레스가 과거보다 심해지고 있고, 이에 따라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건강한 삶에 필요한 친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찌 보면 부부는 이해관계가 기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가정이 잘 살면 부부가 함께 잘 사는 것이고 가정이 행복하면 부부 모두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사람이라도 빚에 시달리면 두사람 모두 빚에 시달리는 것이 되고, 한쪽이 돈을 많이 벌더라도 결국은 두사람 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다. 특이한 가정을 제외한다면 가정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은 불행하면서 다른 사람이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다.
마치 결혼생활은 망망대해에서 두사람만의 배를 저어가는 것처럼 사회라는 바다 위에서 두 사람만의 보금자리를 꾸려가는 것이다. 바다에서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둘이 합심해 잘 버티면서 가정이라는 배를 저어가야 한다. 배가 뒤집어지면 한사람은 죽고 다른 한사람만 살 확률보다는 둘이 함께 죽을 확률이 더 높다. 배 안에서 유쾌한 대화를 나누느냐 인상쓰고 있느냐에 따라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지 아닌지가 달라진다.
그저 함께 있기만 해도 무조건 좋다는 감정이 차차 줄어들면 복잡한 현실 속에 놓인 공동운명체인 가정을 행복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동료, 친구와 같은 태도로 서로 마음을 합쳐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결혼을 고려할 때는 이성적인 이끌림 외에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좋은 친구로서의 조건은
함께 있을 때 기분 좋은 친구는 매사에 심각하거나 어두운 사람보다는 밝은 표정에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 하겠다.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일에도 매우 거북한 표정을 짓거나 웃자고 한 얘기에 썰렁한 대꾸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 가깝게 지내다보면 자신의 삶도 무미건조해지기 쉽다. 상대방으로 인해 내가 기분 좋아지고 내가 기분 좋아서 다시 상대방이 기분 좋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이상적인 친구관계라고 할 수 있다. 부부 사이 또한 그렇다.
긍정적이면서 낙천적인 성격에 편안한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비판적인 생각이 있더라도 사회적인 관계가 아닌 가정 안에서조차 그럴 경우에는 가정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기 어렵다. 점점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건설적인 방향보다는 어두운 방향으로 변해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보다는 부정적 에너지가 늘어나기 쉽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독감과 우울증이 가끔 찾아오기 쉬운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지내면 그 상황이 극복되면서 자신도 활기찬 에너지가 유지된다.
또한 불평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는 낙천적이면서 성격이 편안한 사람이 남을 배려할 줄도 안다. 편안한 사람은 흔히 친절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도 흐뭇해지며 고민이 생겼을 때에는 친구 같은 배우자에게 부담없이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으므로 정신적인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부부의 취미가 같다면 각자 돈을 벌거나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수월하다. 그러면서 우애가 깊어지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때에는 취미활동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평생 외롭지 않는 보험에 드는 것'과도 같다.
◆노년기에는 간호사
'노년기에는 배우자가 간호사'라는 말에 결혼한 많은 사람들은 결국 공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요즘보다 훨씬 빨리 죽는 편이었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나날이 길어지면서 요즘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노년이 됐을 때는 지금보다도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이미 보험상품에도 100세 보험까지 나오고 있다.
오래 살면서 죽는 순간까지 거동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언제나 건강하게 살면 좋겠지만 사람일이 꼭 그렇지는 않다. 주거환경과 시설이 좋고 개개인에 대한 관리를 잘 해주는 유료 노인복지시설에 들어갈 만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면 각종 질병이 나타나거나 사고로 다치기 쉽고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요즘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암 발견 기술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수명이 길어진 것도 주원인이다. 과거에는 미처 암에 걸리기 전에 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간병인을 두면 돈이 매우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가족이 간병해주는 것이 정서적으로도 위안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아플 때 상대방을 간호해주는 역할은 정말로 중요하다. 필자의 가까운 친척 중 80세가 넘은 어르신이 최근 암 수술을 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자식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잠깐씩만 병원에 다녀갔다고 한다. 대신 그의 곁을 계속 자리를 지켜준 사람은 역시 배우자였다.
노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족이 없으면 아플 때 가장 서럽다고 한다. 결혼은 중년에 외롭지 않기 위해서, 노년에 서럽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노인층 자살률은 매우 높다. 인구 10만명당 160명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노년층 자살이 우리나라 전체 자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연구에 의하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자살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는 육체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간호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평생 건강하게 살고 부부가 백년해로하기 위해 필요한 공식은 '배우자=연인+친구+간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