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전세계 뮤지컬의 중심지다. 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뮤지컬은 뭘까. 매주 예매실적에 따라 등수가 바뀌지만 지난해 초연해 최근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몰몬경>과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한 <위키드> 인기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든 <라이온 킹> 등이 정상을 삼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몰몬경>이나 <위키드>와 달리 <라이온 킹>은 지난 1997년 초연 이후 근 15년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정상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벌써 은퇴해야 할 나이에 젊은 선수들과 여전히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현란하고 환상적인 무대장치는 정평이 나 있지만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후광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오랜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위키드
◆매년 승승장구하는 디즈니
<라이온 킹>에는 디즈니의 '크로스 미디어'(Cross Media) 혹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s) 전략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성공을 거두면 이를 바탕으로 케이블TV 공급, DVD 판매, TV용 후속 애니메이션 제작, 테마파크 내 어트랙션, 뮤지컬,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까지 연쇄적인 가치사슬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키마우스로 친근한 미국의 미디어 그룹 디즈니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기 만큼이나 승승장구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 408억9300만달러의 매출액에 88억2500만달러의 순익을 냈다. 매출액과 순익 면에서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이다.
디즈니를 먹여 살리고 있는 사업부서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컨슈머 프로덕츠, 월트 디즈니 파크앤리조트,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 등 크게 4개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는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음악, 뮤지컬 등을 총괄하는 곳이다. 디즈니 컨슈머 프로덕츠는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를 포함한 지적자산을 활용해 돈을 벌어들인다. 월트 디즈니 파크앤리조트는 테마파크, 크루즈 라인, 리조트 등 각종 여행관련 사업을 담당한다.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사업을 총괄한다.
이 가운데 디즈니의 주력 사업부서는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와 월트 디즈니 파크앤리조트다. 지난해 각각 61억4600만달러와 15억5300만달러의 순익을 올려 전체 순익의 87.2%를 담당했다.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는 공중파 방송인 ABC,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 어린이 대상의 디즈니채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월트 디즈니 파크앤리조트는 디즈니가 타임워너 등 다른 미디어그룹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디즈니는 미국 올랜도에 월트 디즈니월드 리조트, 미국 애너하임에 디즈니랜드 리조트, 일본에 도쿄 디즈니 리조트, 프랑스에 디즈니랜드 파리, 홍콩에 디즈랜드 리조트 등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중국 정부와 협의해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를 건설 중이다.
디즈니가 소유한 리조트는 보통 수개의 테마파크와 호텔, 음식점과 쇼핑위락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령 미국 올랜도의 월트 디즈니월드는 4개의 테마파크와 2개의 워터파크, 다운타운 디즈니(음식점과 쇼핑위락 시설), 21개의 호텔 등으로 이뤄져 있다.
디즈니는 4개의 크루즈 라인도 갖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바하마의 섬 하나를 통째로 구입해 각종 위락시설을 갖춰놓고 크루즈 여행 시 그 섬에서 하루를 정박해 승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디즈니는 테마파크 분야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전세계 디즈니의 테마파크와 워터파크에 입장한 관람객수는 모두 1억2140만명으로 집계됐다. 2위는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그룹으로 4640만명, 3위는 유니버셜스튜디오 레크레이션그룹 3080만명이었다.
개별 테마파크로 계산해도 미국 올랜도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월드 리조트의 매직킹덤이 관람객수 면에서 1위(1714만 2000명)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디즈니 계열의 테마파크가 1∼8위를 모조리 휩쓸었다.
◆디즈니의 강점, 크로스 미디어 전략
그렇다면 이 같은 디즈니의 강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보유하고 있는 지적자산을 활용해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시작은 장편용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에서 성공을 거두면 개별 미디어 특성에 맞게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스토리를 장기간에 걸쳐 활용한다.
지난 6월15일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 리조트 내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는 지난 2006년에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를 모티브로 만든 테마공간 '카랜드'가 문을 열었다. 디즈니는 또 <아바타> 판권을 갖고 있는 20세기 폭스와 월트 디즈니월드 리조트 내 애니멀킹덤에 '아바타 테마 공간'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라이온 킹>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즈니는 철저하게 디즈니 방식으로 뮤지컬을 만든다. 이미 상영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스토리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것이다.
디즈니가 현재 제작 준비중인 뮤지컬은 <덤보> <노틀담의 꼽추> <정글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으로 모두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들이다.
디즈니의 또 다른 장점은 인수·합병을 비교적 적절하게 해왔다는 점이다. 마이클 아이스너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96년에 경영다각화 차원에서 ABC방송을 인수했다. 방송 부문이 디즈니 4개 사업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공적인 인수다.
아이스너 CEO의 후임인 로버트 아이거 CEO는 2건의 중요한 인수를 결정했다. 하나는 애니메이션회사 픽사를 인수한 것이다. 디즈니는 픽사가 창업한 초기부터 밀접한 사업 파트너로 협력했지만 픽사가 거듭된 흥행 성공으로 발언권을 높여가자 인수를 단행했다.
지난 2009년에 인수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도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블은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으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회사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후 슈퍼히어로의 영화화 바람이 불면서 마블의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마블이 보유한 슈퍼히어로가 총출동한 영화 <어벤저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디즈니는 주가 상승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디즈니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올들어 주가가 35%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11.6%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벤치마크 대비 세배 이상 초과수익을 올렸다.
물론 디즈니가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어벤저스> 직전에 상영한 영화 <존 카터>가 흥행에 실패해 리치 로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고 인터넷과 게임사업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크로스 미디어 혹은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업에는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