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은 돈보다 건강을 우선시하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때는 아무래도 일과 돈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아직은 건강에 별 문제 없다고 여긴다. 신체에 두드러지게 이상을 느끼지 못할 때는 건강을 잃고 난 후의 상황이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건강을 자신했던 그들의 최후
코미디계의 황제였던 고 이주일씨는 30년 전 당시 대단히 큰 금액이었던 1억원을 업소로부터 전속금으로 받고, 또 방송에 한번 출연할 때마다 500만원 이상씩 받으면서 1980~1981년 연예인 중 납세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폐암으로 작고하기 전 작성한 투병기사를 보면 "기침이 나고 몸도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어느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이 이주일이가 누군데, 몸 하나는 무쇠로 만들어졌다니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바로 제주도로 내려갔다. 골프도 치고 술도 마시고 즐겁게 보냈다. 대학병원에서 보증해준 몸이니 안심하고 평소보다 배 이상 술을 마셨다. 3개월쯤 지나자 자꾸 몸이 아파왔다. 다른 병원의 종합검진 결과는 뜻밖이었다. 의사는 '주변 정리를 하세요'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뭘 정리하라는 말인가. 의사는 '폐암 말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의사라면 고쳐보겠다고 해야 정상이 아니냐?'고 따졌다. 의사는 '너무 늦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벌써 암투병 8개월째를 맞고 있다. 3개월 사형선고를 받고서도 월드컵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2002년 6월19일자 한국일보)
"금연CF는 4월 말 첫 방송을 탔고 이 덕분인지 올해 들어 지금까지 350만명 이상이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CF 중에 나오는 86아시안게임 성황봉송 장면이나 춤추는 장면은 내가 집어넣자고 했다. 내가 얼마나 건강했던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건강하고 심폐기능이 좋은 사람일수록 담배는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내가 암에 걸린 세가지 요인을 이렇게 꼽는다. 담배, 술, 스트레스. 누구에게나 이 세가지는 건강의 적이다. 다음에 내가 또 금연CF에 출연한다면 담배 피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라는 내용을 내보내고 싶다. 담배 피면 손가락질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담배 맛 있지? 맛 있으니까 독약이야!' 나는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금연 못하면 다른 일도 못합니다. 큰 일 절대 못합니다. 그리고 흡연이 자신에게만 피해를 줍니까? 가족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겁니다. 그런데도 왜 그걸 못 끊으십니까?"(2002년 7월12일자 한국일보)
지난 10월13일에는 호랑이선생님으로 유명한 탤런트 조경환씨가 간암으로 고인이 됐다. 두달 전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일 때 케이블채널 tvN의 <노란복수초>에 출연,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결국 고인이 됐다. 술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동료와 간단히 식사하러 들어간 해장국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발동이 걸려 가게에서 나올 때까지 소주 52병을 마셨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원래 건강체질이던 그가 몸에 이상이 느껴져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간암2기였다.
필자는 몇해 전 건강검진을 받던 곳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 적이 있다.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는 건강진단 결과 간과 관련된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이기에 앞으로 조심하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아냐 괜찮아"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로부터 1년쯤 뒤 부고가 날아왔다. 그 친구의 사망소식이었다. 간암이 너무 늦게 발견돼 손 쓸 틈 없이 번져 곧바로 사망했다고 한다. "자신하고 당당할 것이 따로 있지, 어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동창이 암병동에 입원한 적이 있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사망하기 바로 전날 문병을 갔다. 병실에 들어서니 진통제를 맞으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벌거벗은 몸은 피골이 상접했고 말도 못하고 눈만 뜨고 바라보는 얼굴이 측은하다 못해 끔찍했다.
그 친구의 부인이 "같은 시기에 그 병동에 들어온 암말기 환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남편만 남았다"며 "의사가 기적이라고 한다"고 말했는데 기적이라는 말에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상황이 안쓰럽기만 했다.
마침 병실에 있던 친구의 아버지께서 "아들은 몸무게가 빠지는 것을 수영을 열심히 해서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오히려 좋아했다"고 전했다. 위암에 걸려 체중이 줄어들고 있었는데도 무신경해 병원에 가지 않아 일찍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벤처기업을 차려 애쓰고 있었던 친구였던 만큼 부적절한 식생활과 스트레스가 암에 걸리게 된 원인이 됐으리라 동창들은 추측했다.
◆암 사망률 갈수록 높아져… 건강검진 필수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암 사망 확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사망원인의 1위는 남녀 모두 암이고, 10년 전에 비해 남녀 각각 2.3%포인트, 2.6%포인트 증가했다. 사망원인으로 암이 제거되면 남성은 4.7년, 여성은 2.7년 기대수명이 늘어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절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격언은 돈과 명예와 건강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잘 나타낸다. 과거 한국경제가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시대에는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근래 들어서는 건강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의학적 상식도 풍부해지고 있다.
돈을 많이 벌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무심한 사람과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건강을 신경쓰다 결벽증에 가까운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평생을 돈방석 위에서 살았던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는 술과 담배를 모두 멀리했을 뿐만 아니라 식사도 검소하게 먹었다. 그러나 건강에 지나치게 신경써서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이한 행동까지 했다.
성병이 전염될지 모른다고 염려해 의심이 가는 옷과 침구를 전부 불태우고 집에 방문한 사람들은 분필로 그려진 정사각형 안에서 대화해야 했다. 직원들은 하얀 무명장갑을 끼고 그에게 서류를 전해야 했다.
세계 제일의 비행사가 되고자 했던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에비에이터>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하워드 휴즈역을 맡았다. 지난 6월에는 케이블채널 tvN <에비에이터>에 결벽증이 심한 '물티슈녀'가 등장하기도 했다. MC가 청하는 악수도 거절하고 스튜디오의 의자를 물티슈로 닦고 앉은 그녀는 매일 물티슈를 500장 쓰며, 꺼낸 지 시간이 한참 지난 물티슈는 사용하지도 않고 버린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결벽증으로 사는 것은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데 좋더라도 정신건강에는 해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수준이 아닌 이상 자기 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막연히 자신감만 가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병 들었을 때는 죽으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병들어 죽어갈 때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점과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의 3대 사망원인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은 남성 27.7%, 여성 16.6%이며 뇌혈관질환 사망확률은 남성 10.0%, 여성 12.0%, 심장질환 사망확률은 남성 9.3%, 여성 12.7%다(통계청 2011년도 생명표).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다.
암 중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비율이 가장 높은 암은 간암, 위암, 폐암이다. 위암 발병에는 짜고 매운 음식, 탄 음식, 음주, 흡연, 심한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신선한 과일, 견과류, 콩 등을 자주 섭취하고 붉은 육류와 가공된 고기는 멀리하는 것이 권장된다.
폐암 발병의 원인으로는 흡연이 85%를 차지한다. 비흡연자도 폐암에 걸리는데 그 원인은 간접흡연, 중금속 오염, 유전적 요인 등이 있다. 사회적으로 흡연을 허락하는 공간을 줄여나가는 것은 간접흡연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간암은 초기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많이 진행될 때까지 모르기 쉽다는 점에서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앞서 필자가 동창 사례를 얘기했던 것은 그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매우 중요하며,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젊었을 때는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쓰고, 나이 들어서는 건강을 찾기 위해 돈을 쓴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