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해문화'에 실린 시 '괴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주목받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시인의 손 버릇을 지적한 듯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괴물'은 지난해 12월 계간지 ‘황해문화’의 겨울 특집호에 게재됐다. 황해문화는 특집호에서 ‘젠더 전쟁’이라는 주제로 페미니즘에 관한 작품을 다뤘다. 시 창작 코너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했다.


작품은 'En선생'을 가리키며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으로 시작해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등의 행동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고발했다. 참다 못한 그녀가 "이 교활한 늙은이야!"라고 소리쳤지만, 함께 욕하던 '소설가 박선생은 En선생이 더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있다.


이 시에는 En선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최영미 시인은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고 썼고, 독자들은 En선생이 노벨문학상에 거론될 정도로 유명한 문학가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의 해당 인물로 짐작되는 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독자들이 En에 대해서 궁금증을 갖자, 황해문화 측은 작품 내용과 En의 대상에 대해서는 최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도 나눈 것이 없다”면서 “En은 엔이라고 읽는 것이 맞다”며 “문학작품으로서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게 시인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은 1992년 등단했다. 지난해 <시를 읽는 오후>를 펴냈으며, 대표작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미 뜨거운 것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