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총을 끝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3자 주주연합이 한진칼 지분율을 추가로 늘렸다. 사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스1 성동훈 기자
조현아연합으로 불리는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을 추가로 늘렸다. 한진그룹 경영정상화를 위해 전문경영인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압박이 다시 시작되면서 조원태 회장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45.23%로 기존대비 2.49% 늘었다. 이는 3자 주주연합이 공동보유한 투자목적회사다.


지난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패한 후 상황을 지켜보던 3자 주주연합 측은 추가 지분확보로 조원태 회장을 재차 압박하기 시작했다. 3자 주주연합의 목적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이다.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뜻한다.

조원태 회장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3자 주주연합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 조 회장 측 한진칼 지분은 41.15%다. 조원태 일가 및 특수관계인 22.4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 3.80% 등의 지분율을 합산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한일시멘트 등 지분율 0.66%의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더해도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1.81%에 불과하다. 한진칼 지분율을 45.23%까지 늘린 3자 주주연합과의 격차는 3.42%다.


3자 주주연합의 지분율 상승 이후 시장의 관심은 한진칼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채(BW)에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3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을 결의한 바 있다. BW는 발행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이를 통해 늘어날 한진칼 지분은 최대 5.3%다. 조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이 유통주식의 87.04%를 보유하고 있어 BW 인수를 통한 신주인수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 나설 예측도 나온다.
3자 주주연합에 맞서 경영권 방어 중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머니S DB

계속되는 압박, 조원태의 속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재점화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 지원하는 조건으로 오는 2021년까지 2조원의 자본확충에 나서라고 요구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1조원 유상증자와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으로 요구조건을 충족하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밝혀 변수가 생겼다. 대한항공 측은 시장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길 바쁜 조 회장이 3자 주주연합에게 손을 내밀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 측은 국책은행(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대한항공 지원계획 발표 후 "소모적인 지분경쟁을 중단하고 위기극복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이 3자 주주연합을 향해 공개적으로 휴전을 요구하는 모양새였다. 3자 주주연합 관계자는 "대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며 "한진 측에서 대화를 시도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 측이 정부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쌓일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해 공개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조 회장이 당분간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3자 주주연합이 하반기 임시 주총을 열고 조 회장을 사내이사 자리에서 몰아내려면 참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7월 또는 9월 3자 주주연합이 임시 주총을 열어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며 "3자 주주연합이 당장 반격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