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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자연식품은 최소한으로 가공되거나 첨가된 식품을 의미한다. 자연식품은 1980년대 이후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대형 유기농 상점이 생겨나고 병원, 학교, 직장 구내식당 같은 주류 기관에서도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광고하게 됐다.
사회학자인 저자 로라 J. 밀러는 문화적 변두리였던 자연식품이 주류사회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선택으로 탈바꿈한 과정을 분석했다.
"자연식품 옹호자들은 외적으로는 자신들을 기껏해야 기이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공중의 감상과 마주쳤고, 그 결과 20세기 후반까지 내내 옹호자들은 문화적으로 주변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52쪽)
밀러에 따르면 자연식품은 1980년대 전까지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디빌더와 히피, 자연치유 신봉자들로 국한됐다. 의료계와 식품 생산자들은 그들을 괴짜, 까탈스러운 사람, 위험한 돌팔이로 일축하곤 했다.
저자는 이런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기업의 참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식품 기업이 해 온 노력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민간 부문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자연식품 운동에 하나의 자산이 되어왔다. 자연식품 운동을 특징짓는 장수는 그 운동에 기업이 참여한 것에 힘입은 바가 크며, 그 기업 중 일부는 몇 세대 동안 같은 집안에 의해 운영되었다."(357쪽)
밀러는 자연식품 산업과 같이 주변부에 위치한 산업에서는 기업이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으며, 기업이 재정을 지원하고 운동의 연속성을 보장함으로써 운동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기업이 참여해 운동이 상업화되는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는다. 책은 순수성을 지향하는 자연식품 운동 세력과 이익을 지향하는 기업 세력 간의 내부 갈등과 분열, 그리고 그 봉합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1장에서는 자연식품 운동의 현실을 규명하고, 2장에서는 자연식품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산재하던 소수의 건강식품 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초기 자연식품이 주류화하는 과정에서 할리우드의 배우 등 유명인사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5장에서는 자연식품 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기관이 벌인 캠페인에 대해 논의한다.
6장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자연식품의 장이 주변적 지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7장에서는 자연식품이 처한 딜레마와 과제를 살펴보고, 마지막 8장에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운동의 효과와 운동에서의 기업의 역할을 검토한다.
저자의 연구는 사회운동과 기업을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간주한 기존 연구의 관성에서 벗어나 유의미한 관계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자연식품의 정치/ 로라 J. 밀러 지음/ 박형신 옮김/ 한울아카데미/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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