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대두되면서 쿠팡이 대안모델로 떠올랐다. /사진=뉴스1

“택배업계는 쿠팡의 시스템을 차용하지 않고 지주가 마름을 거쳐 소작농을 착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 10월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국감에선 택배 노동자의 잇단 과로사 추정 사망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때 비교우위로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필두로 국내 신속 배송 경쟁을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택배 노동자의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쿠팡이 대안 모델로 떠올랐다. 쿠팡은 택배업계와 어떻게 다를까.

‘직영’ 쿠팡 vs ‘지입’ 택배사 비교해보니 


택배업계와 쿠팡은 고용 체계가 전혀 다르다. 택배사는 배송업무를 위탁하는 지입제를 실시하고 있다. 택배사가 지역별 대리점에 물량을 위탁하고 대리점은 기사에게 재위탁하는 형태다. 이와 달리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친’(구 쿠팡맨)을 직접 고용한다. 

택배 노동자의 처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적 테두리 밖에 있다.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주 5일·주 52시간 근무와 산재보험 가입 등 안전보장 장치에서 벗어나 있다.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실태 조사 결과 택배기사는 주 평균 71.3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물류창고에서 자신의 물량을 골라내는 분류 작업을 과로 원인으로 지목한다. 별도 보수가 없는 이 작업에 전체 업무의 43%를 할애하고 있어서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산재 사망이 늘고 있지만 보상받을 길은 열려있지 않다. 특수형태근로자는 보험료 절반을 본인이 부담하는 탓에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택배사가 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유도 혹은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8일 배송 중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고 김원종씨(48)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는 대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에서 검토한 결과 김씨가 제출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대행사인 회계법인이 대필했다는 것. 공단은 이를 취소 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이와 달리 쿠팡은 쿠친 전원을 직고용한다. 주 5일 근무는 물론 주 50시간 미만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택배기사들처럼 물류센터에서 공짜노동을 하는 일도 없다. 배송과 분류 작업이 구분돼 있기 때문. 현재 쿠팡에선 4400여명의 분류 전담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을 따로 채용함으로써 연간 1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친은 산재를 포함한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차량과 차량유지비 및 통신비 등을 지원하고 15일 이상의 연차 휴가와 휴게 시간을 보장한다는 점도 택배업계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직원이 본연의 업무인 배송만 전담하도록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배송 관련 직원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년간 4850억원의 자동화 설비 투자도 시행했다”고 전했다.

택배업 도전장 내민 쿠팡… 과로사 문제 해답 찾을까


다만 쿠팡 역시 과로사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지난 10월12일 세상을 떠난 쿠팡 대구 칠곡 물류센터 단기직 사원 장덕준씨의 사망 원인으로 과로가 지목돼서다. 유족 측은 장씨가 생전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주당 55.8시간씩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고인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44시간이며 가장 많이 근무했을 때 근무시간이 주 52.5시간이었다”며 “고인에게도 지난달에만 20회 이상 상시직을 제안했지만 본인이 모두 거절했다”고 해명했다. 

롯데택배는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반면 쿠팡은 택배사업에 진출할 경우 불합리한 근로조건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택배업계도 한단계 도약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사진=뉴스1 DB

업계에선 쿠팡과 택배사를 직접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직영제과 지입제의 체제가 확연히 다르고 장단점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지입제의 경우 택배기사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거래처(판매자) 영업을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택배기사 2만1000명 중 정규직 1000명의 수입은 월 400만원이지만 비정규직은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정규직 기사 중에서도 배송 구역에 공석 발생 시 자리를 옮기려는 경우가 많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쿠팡과 택배사는 체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 없다”며 “택배기사 입장에선 지입제가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직고용 전환이 해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쿠팡이 최근 택배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자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지난 10월14일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이 자격을 반납한 지 1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택배 사업자 자격을 얻어 본격적으로 택배업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7월부터 판매자의 상품을 대신 보관하고 배송해주는 ‘로켓제휴’를 통해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택배업을 본격화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처우를 유지할 거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팡은 “CLS는 타 택배사와는 달리 직고용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쿠팡과 마찬가지로 급여 및 성과급, 4대 보험,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고 설명했다.

SSG닷컴·마켓컬리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자체 배송 업무를 하고 있는 SSG닷컴과 마켓컬리는 지입제를 실시한다. 지입 기사에게는 배송 차량이나 차량 유지비·교통비 등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지입 기사를 활용한다. 다만 개인 사업자인 지입 기사는 복수업체를 옮겨 다니는 탓에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높다. 실제로 오전에는 SSG닷컴에서 오후엔 마켓컬리에서 배송 업무를 한 지입 기사가 지난 8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두 업체가 동시에 사업장 문을 닫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