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전세값 급등에 따른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부동산 정보란에 전세매물 품귀현상을 보이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전세값 급등에 따른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은이 3일 공개한 ‘제22차 금통의 의사록(10월14일 개최)’에 따르면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전세값 불안에 대해 의견을 냈다.


그는 “전세 가격 상승은 주거비를 통해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전세자금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가계부채 문제를 부각시킨다”며 “전세자금 대출 대부분이 보증부 대출인 점을 고려하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문제를 넘어 정부의 재정부담과 연관된 이슈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련부서는 “주택 매매시장의 경우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률도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전세 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 우려로 가격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러한 전세가격 불안은 수급과 관련한 우려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올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6% 상승했으나 아파트 전세 가격은 0.8% 올랐다. 같은 기간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대출은 3조5000억원 늘어 지난 2월(3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증가 규모를 보였다.


다른 위원은 “전세거래량 감소에도 전세자금대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결국 전세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를 보다 세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 이후,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 경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한은 측은 “금융시장에선 선거 결과보다 선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돌발적 상황이 금융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지만 개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선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금통위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펼친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은 “우리 경제가 주요국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데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더불어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라며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없었더라면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주요국 중 코로나19의 전개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을 반영해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겠다는 중앙은행은 없다”며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운영이 예고되고 있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로운 추진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자영업 취업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에 어떻게 협조할 지에 대한 고민도 나타냈다.

한 금통위원은 “일각에서 연성준칙이고 경제주체들의 기대 안착이 담보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지금은 적극적인 재정확대가 필요해 재정준칙 마련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은이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측은 “앞으로 재정준칙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조율돼 최선의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