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창구모습/사진=머니S
은행권의 조직문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은행은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회사에서 볼 수 있었던 '호칭파괴' 실험도 시작한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창의적·수평적인 문화를 정착하려는 취지다. 다만 전통 은행권에서 자유로운 조직문화 변화가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연봉제, 호봉제를 쓰고 있는 은행에서 수평적인 문화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주를 비롯해 은행, 카드 등 전 계열사에 최근 영어 이름을 그룹 포털에 등록 후 사용하라는 공지를 보냈다.

일상 업무나 회의 때 임직원 간에 '김 대리', '이 과장' 등처럼 직급을 부르는 것이 아닌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도 영어 닉네임을 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평소에 사용하던 'JT'를 사용하며,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글로컬(Glocal)',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윌리엄(William)',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진 케이(Jin K)'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향하기 위해 첫 출발을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하나은행은 근무복장 전면 자율화 도입도 결정했다. 하나은행 측은 "유니폼과 같은 획일화된 금융서비스에서 소비자 개개인이 요구하는 전문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다. 앞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자율복장을 시행 중이다. 두 은행 역시 하나은행과 같은 이유로 근무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금융권은 시중은행의 조직문화 변화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호칭 변경을 시도했던 회사들 중에선 근본적인 기업문화의 변화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KT는 2009년~2012년 이석채 당시 회장이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직급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호칭을 없앤 바 있다. 그러나 별 효과를 내지 못해 약 5년 만인 2014년에 호칭과 직급승진제도를 부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호칭 개혁을 시도했지만 호칭만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직적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복장 자율화, 호칭 개혁의 의미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