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전세난의 가장 큰 요인으로 새 임대차법에 따른 수급불균형을 지목했다. 정부가 전셋값이 급등한 이유를 저금리 정책으로 꼽았지만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및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전세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저금리가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6월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했는데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 우려가 확산된데에 크게 기인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주택시장은 시장·지역별로 상이하나 가격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전세가격은 임대차3법 등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세대분할 증가, 차입비용 부담 완화 등으로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임대차법 시행이 전세난과 인과관계가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서 변화의 기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전월세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전세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셋값 상승 등 최근의 혼란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저금리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전세가격은 금리에도 영향을 받지만 대표적으로 수급 상황이나 정부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유지됐고 전세가격 상승폭은 6월 이후 확대됐다"며 국토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임대차법 시행 이후 수급불균형 우려가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 측은 "금리와 전세가격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기준금리와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오히려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전후로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데에 비춰 전세수급의 미스매치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세가격 상승률은 7월 31일 개정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이후 지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서울의 주택 전세가격은 올해 6월 0.15% 수준이였으나 8월 0.43% 9월 0.41% 10월 0.35%, 11월 0.53%까지 상승했다. 

지방은 올해 6월 0.18%에서 7월 0.24%, 8월 0.34%, 9월 0.41%, 10월 0.39%, 11월 0.58%까지 전셋값이 치솟았다.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집값과 격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집값 안정화보다 비규제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을 올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과 매맷값의 격차가 줄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