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사진=한국은행
올 2분기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하면서 1년간 가계빚 증가폭은 약 170조원을 기록,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열기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고강도 대출규제를 이어왔지만 가계빚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내일(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명분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보다 41조2000억원(2.3%) 늘었다. 전년동기말과 비교해선 168조6000억원(10.3%) 증가했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계대출은 17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전분기말대비 38조6000억원(2.3%), 전년동기말대비 159조2000억원(10.3%) 급증,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빚이 급증하는 데에는 저금리 장기화 속에서 집값과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가격의 상승 기대감이 이어짐에 따라 주택매매, 자산투자 등을 위해 빚을 크게 늘려서다.


문제는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국민의힘·경북 경산시)에게 한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신용 등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지난 7월 기준 경제활동인구가 2856만8000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당 41만3050원의 대출이자가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만큼 한은 금통위 내부에선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금통위의 유일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주상영 위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저금리 장기화가 집값 상승을 이끌었고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심화돼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 7월 "8월 금통위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103% 달해… 청와대까지 통화정책 정상화 지지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3%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43개국 중 7위다. 가계 빚은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는 임계치(80%)는 추월한 것은 물론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최근 청와대까지 나서서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이 8~9%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에 따라서는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조정이 선제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융 불안정 요인으로 될 수 있어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에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점은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0.7포인트 떨어진 102.5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선 한은 금통위 회의가 앞으로 8월26일, 10월12일, 11월25일 등 세차례 남은 만큼 우선 8월은 동결을 이어가고 코로나4차 대유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10월 또는 11월에 기준금리를 1차 인상하고 내년 초 2차 인상해 최대 연 1.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명목 GDP 대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추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올라 가계신용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