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물가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그래픽=김영찬 기자
안정적인 물가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한국은행은 높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며 다음달 25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명분을 쌓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요 물가 동인 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높아져 2분기 이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이 2.5%, 미국이 5.4%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 식료품이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근원품목 기여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경제재개 과정에서 상품가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확대된 가운데 에너지의 기여도가 한국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일각에선 소비자물가가 이달에는 3%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한국의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의 국내 파급, 방역체계 개편에 따른 수요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전력난, 물류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공급병목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한국도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주택시장도 물가상승압력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거비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 높이는데 확장 재정정책도 한몫

특히 한은은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을 꼽았다. 한은은 "외식, 숙박 등에 대한 수요 증대를 통해 동 품목의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망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강조해온 금융불균형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만큼 오는 11월 25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4.0% 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조가 금융불균형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됐지만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고 올 4분기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성장률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