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김용범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이 2020년 10월 대한상의에서 '개인유사법인 과세제도'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기획재정부


"세금은 문명 사회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2020년 10월 김용범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 전 미국 연방대법관의 말을 빌려 개인유사법인(1인 법인)을 통한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금도 1인 기업 탈세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1인 기획사를 운영하던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원대 소득세 추징 통보를 받은 데 이어 배우 이하늬(약 60억원), 유연석(약 30억원) 등이 거액의 세금을 추징받았다.

개인유사법인을 통한 탈세는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그리고 고소득 유튜버 등 이른바 '사' 자 직업군과 신흥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1인 법인은 손쉬운 탈세 수단으로 통용된다. 이들은 법인을 세워 본인의 소득을 법인 매출로 돌린 뒤 자신을 급여를 받는 임원으로 등록해 세 부담을 낮춘다. 여기에 법인 명의로 고가의 승용차를 리스하거나 가족을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급여를 지급하는 수법도 동원된다.


1인 법인의 폭발적인 증가는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주식회사 설립 시 발기인을 7인 이상 두도록 했던 상법은 1995년 개정으로 이를 3인 이상으로 낮췄다. 2001년에는 주식회사의 1인 설립이 허용됐고 2009년 상법 개정으로는 주식회사 최저자본금 5000만원 규정이 폐지됐다. 같은 시기 자본금 10억원 미만 발기설립 회사에 대해선 정관 공증 의무를 면제하고 주금납입금 보관증명서를 은행 잔고증명서로 갈음할 수 있게 해 법인 설립 절차도 대폭 간소화됐다.

그 결과 가동법인 가운데 1인 주주 법인의 비중은 2010년 10.6%에서 2019년 32.2%로 뛰었다. 법인 설립의 인적·금전적 문턱이 낮아진 사이 세율 차이를 노린 개인유사법인도 빠르게 확산했다. 현행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은 45%인 반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 그친다. 고소득자들에게 1인 법인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실제로 매출 200억원 법인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20% 수준이지만 200억원의 소득을 올린 개인에게는 45%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된다.

'배당간주제' 중소기업계 반발에 좌초

정부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에 개인유사법인이 사내에 쌓아둔 유보소득 중 적정 수준을 넘는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매기는 '초과 유보소득 배당간주' 제도를 담았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의 반발에 밀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외됐다. 정상적인 사내유보까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고,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자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는 논리였다.


개인유사법인을 통한 탈세 문제를 막을 법이 아직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 원칙 사이의 충돌이다. 조세법률주의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제59조에 근거한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이는 과세요건과 징수절차 등을 국회가 제정한 일의적이고 명확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과세요건법정주의 및 명확주의).

반면 국세기본법 제14조의 실질과세 원칙은 소득이나 거래의 명의와 형식이 아니라 실제 귀속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세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그래서 과세당국은 형식상 별도 법인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개인 소득을 법인에 귀속시켜 세 부담을 줄인 경우라면 실질 귀속자에게 과세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입법 기준이 명확치 않다 보니 세무당국의 과세와 납세자의 반발이 충돌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도, 국세청도 '신중론'

업계의 반발과 법리적 난제 사이에서 주무 부처들은 제도 보완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해법과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한발씩 물러선 채 신중론만 반복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해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원자잿값 상승을 핑계로 변칙적인 방법으로 원가를 부풀려 소득을 축소하면서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인 법인 과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신중론만 되뇌며 해결을 미루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황은 다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에 대해선 "검토를 하고 있다, 하고 있지 않다 식으로 바로 말씀드리기에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1인 법인 과세 체계 보완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저희는 징세기관으로 집행을 위주로 하는 기관"이라며 "입법 논의나 제도 개정은 사실 재정경제부 세제실 쪽에서 담당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1인 법인 증가와 관련해 "제도가 법인 설립을 용이하게 한 측면은 있다"면서 "다만 이것은 저희 법이라기보다 상법 등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점이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인지하고 있지만 법인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세금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면서 "세법뿐 아니라 상법 등에서 법인 설립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방향의 개정이 과거에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개인의 법인화에 대해 제도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두고 맞거나 틀리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또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법인 설립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법인의 형식을 빌려 개인의 사익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과세 기준이 마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인 법인을 통한 조세 회피가 성실 납세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줘 장기적으로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1인 법인은 상법상 보장된 제도인 만큼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정상적인 1인 법인과 비정상적인 1인 법인을 구분하는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를 어떻게 규정할 지 등 과세당국과 납세자 모두를 위해 예측 가능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제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60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치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