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스트로(ASTRO) 차은우가 해외 일정 차 지난해 6월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하늬, 유연석, 차은우, 김선호…다음은 누굴까.'

강남 일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세무조사 공포가 번지고 있다. 국세청이 일부 유명 연예인의 1인 기획사를 겨냥해 고강도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현장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일탈로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특정 연예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급팽창하는 '1인 기획사' 중심의 엔터산업 구조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세법 체계에 있다고 진단한다.

일회성 철퇴나 '탈세 낙인'을 통한 마녀사냥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화된 개인'을 제도권으로 포용하기 위해서는 과세 당국의 정교한 과세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실과 괴리된 국내 규제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K팝을 비롯한 K컬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인인가, 법인인가" 과세 충돌

1인 기획사는 개인의 브랜드 가치와 수익 창출력을 법인 형태로 묶어낸 '1인 기업'의 연예산업 버전이다. 소속 연예인이 사실상 1인에 집중된 구조로 연예인이 직접 법인을 설립해 활동과 수익을 관리하는 형태다. 대개 연예인 본인이나 가족이 대표가 된다.


작품 선택부터 활동 시기, 이미지 전략까지 스스로 쥐면서 기존 매니지먼트 체제보다 훨씬 높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형 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아티스트가 작품 선택과 활동 방향을 직접 결정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1인 기획사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구조가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자율성 못지않게 세금 구조의 차이가 자리한다. 개인 소득은 과세표준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최대 49.5%에 달한다. 사실상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반면 법인을 통하면 수익은 법인 매출로 인식돼 최대 25% 수준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이 같은 세율 구조 차이로 인해 수익 규모가 커질수록 법인 형태를 선택할 유인이 커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동일한 수익 구조를 두고도 개인 소득과 법인 매출을 가르는 기준이 엇갈린다. 과세당국은 형식적으로 법인을 거쳤더라도 실질이 개인의 활동이라면 개인 과세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1인 기획사 역시 정상적인 사업 구조인 만큼 법인을 통한 계약과 수익 귀속이 정당하다고 맞선다. 그동안 전문직·고소득 자영업자의 법인화를 장려해 온 정부 정책 방향과도 엇갈리는 지점이다.

차상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비컴)는 "그동안 업계에서는 세무사나 회계사의 자문을 통해 법인 구조를 활용해 온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절세 방안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비난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최근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사례는 이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차은우는 모친이 설립한 법인을 통해 활동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두고 개인 소득세 대신 법인세율을 적용받으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을 실질적 사업 없이 운영된 '페이퍼컴퍼니'로 보고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200억원대 소득세 추징 통보. 국내 연예인 사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지며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었다. 이후 차씨가 공식 사과와 함께 추징 세금을 전액 납부했지만 개인과 1인 기획사의 과세 기준을 둘러싼 구조적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모든 1인 기획사가 문제라는 건 아니다. 기준은 단순하다. 법인이 '실제로 회사로서 기능하는지' 여부다. 형식만 갖춘 채 실질적인 사업 활동이 없거나, 가족을 임직원으로 올려 급여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용 처리만 반복하는 경우에는 과세 리스크가 커진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인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일각에서는 1인 기획사와 미등록 기획사, 단순 개인 법인의 개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잠재적 탈세 집단'으로 싸잡아 비난받는 현 상황을 우려한다. 특히 미등록 기획사는 1인 기획사와 구분되는 별개의 문제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영위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세무 문제를 넘어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는 1인 기획사 설립을 단순한 절세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에도 선을 긋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법인에 남은 이익은 사내 유보를 통해 콘텐츠 제작과 인력 운영, 신규 프로젝트 투자로 이어지는 재원으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개인의 일탈 여부를 넘어, 개인과 법인의 경계가 흐려진 산업 구조를 기존 세법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세 체계 재설계 필요 한 목소리

1인 기획사, 크게는 1인 기업을 둘러싼 과세 논란이 확산되자 업계와 법조계, 학계에서는 세무 조사 강화에 그치지 말고 제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법·제도가 급변하는 산업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사업 모델까지 '탈세 의혹'으로 비화하는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세무 판단이 이어지면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연예인 중 상당수는 단순 절세 목적이 아닌 창작 활동 확대,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법원의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탈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건 산업 종사자에게 과도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전통적인 조세회피 사례의 경우 이미 다수의 판례가 축적돼 있어 일정한 판단 기준이 존재한다. 다만 최근 문제되는 연예인 1인 기획사의 경우 단순한 '껍데기 법인'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기존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상당수 1인 기획사는 매니지먼트 업무 수행, 콘텐츠 제작, 계약 관리 등 일정 수준의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어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법인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다수의 1인 법인들이 과세당국의 과세 처분에 대해 불복 절차에 나선 상황이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은 "아티스트의 자산을 관리하고 공적 매니지먼트 영역 밖의 활동을 전담하는 '개인 법인'을 산업 범주에 포함해 관리할 수 있는 행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도는 '타인을 관리하는 기획사'와 '자신을 관리하는 개인 법인'을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행정 혼선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 법인 전용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실질적 사업 영위 기준을 명문화해 등록 요건과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현장에서는 '아티스트-기획사-개인법인' 간 3자 구조의 법적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는 연예인의 수익이 개인 법인으로 이전되는 과정에 대한 법적·세무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소득 분산'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표준전속계약서에 개인 법인이 참여하는 3자 계약 모델을 공식 도입하고, 기획사에서 개인 법인으로 이전되는 수익을 정당한 업무 위탁 비용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구조를 불법 여부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하고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법조·학계, 개인법인 과세 기준 재정립 주문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사후 적발 중심의 '핀셋 과세'가 아니라 사전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룰 세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세 여부가 엇갈리는 구조에서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1인 기획사 논란은 특정 직군의 탈세 문제가 아니라, '기업화된 개인'을 어떤 기준으로 제도권 안에 편입시킬 것인가라는 구조적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세빈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일반적인 페이퍼컴퍼니는 인적·물적 설비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1인 기획사는 상당수가 실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단순히 설비 존재 여부가 아니라 법인이 독립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다수의 1인 법인이 과세에 불복하고 있는 만큼, 결국 법원 판단이 축적되면서 기준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논란을 개인사업의 법인 전환 문제와 같은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 임대법인이나 가족법인처럼 개인사업의 법인화는 이미 일반화된 구조"라며 "1인 기획사만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제도는 근대 경제 시스템의 핵심인데 이를 부정하고 개인사업자로 돌아가라는 식의 접근은 전근대적일 수 있다"며 "정책은 세수 확보보다 산업 발전과 경제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