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1인 기획사를 활용한 법인 전환이 잇따르면서 이를 바라보는 과세 당국의 시선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높은 소득세율을 피하기 위한 '합법적 절세'라는 시각과 실질적인 운영 없이 세금만 줄이려는 '조세 회피'라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질을 입증하는 것이 향후 탈세 논란을 피할 유일한 열쇠라고 조언한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법률사무소 비컴 차상진 변호사와 함께 1인 기획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운영 요건과 과세당국이 주시하는 전형적인 리스크 구조를 짚어봤다.

기업 실질의 핵심 지표, '4대 보험'과 '임직원'

차상진 변호사는 1인 기획사가 합법적인 절세 수단인지, 아니면 부당한 조세 회피처인지를 가르는 핵심 잣대로 '기업 운영의 실질 지표'를 꼽았다.

그는 "1인 기획사는 형식적으로는 완전한 법인이기 때문에 외형만으로는 실체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과세당국은 실제 사업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4대보험 가입자 유무와 부가가치세 과세 거래 발생 여부를 함께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4대보험은 해당 법인이 실제 인력을 고용하고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임직원이 존재하고 보험이 정상적으로 가입돼 있다면, 단순한 '껍데기 법인'이 아니라 운영 중인 조직으로 볼 여지가 커진다.

부가가치세 과세 거래 역시 중요한 판단 근거다. 이는 재화나 용역 공급을 통해 매출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단순한 자금 입출금을 넘어 실제 사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특수관계자를 활용한 거래 구조도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차 변호사는 "최근 연예인들이 가족이나 친인척을 소속 아티스트나 임직원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은데, 진정한 후배 양성을 위한 사업 확장인지 아니면 단순 소득 분산 및 비용 처리 목적의 탈세용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매출보다 활동"…기업 실질은 '흔적'으로 판단

매출이 없으면 무조건 유령회사일까? 차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의 실질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차 변호사는 "핵심은 매출액 숫자가 아니라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이나 입찰 서류 제출, 딜 추진 등 사업을 영위하려는 구체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기업 활동의 소소한 '흔적'들 역시 유력한 판단 지표가 된다. 고정된 사무실 운영 여부를 비롯해 사무용품 구입, 업무용 이메일 계정 유지, 아웃룩(Outlook) 등 협업 툴 활용 내역 등이 대표적이다. 차 변호사는 "쇼핑몰처럼 반드시 사무실이 필요 없는 업종도 있지만 존재할 경우 실질 입증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법인카드 사용에 있어 '사적 비용'과의 엄격한 분리를 강조했다. 차 변호사는 "사무실 근처 편의점에서 다과를 사는 것은 문제없지만, 거주지 인근 마트에서 소고기나 채소 등 식재료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기업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법인 수익의 대부분이 특정인의 인건비로만 책정되거나 개인의 생활비로 전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인 기획사 운영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로는 '인위적인 소득 분산'이 꼽힌다. 개인이 벌어들인 수익을 법인으로 귀속시킨 뒤 대표 급여를 낮춰 개인 소득세 부담을 줄이고 부족한 생활비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월 1000만원을 벌더라도 이를 법인 수익으로 먼저 넣고 대표 급여를 300만원 수준으로 낮추면 과세표준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법인카드로 접대비나 차량 유지비 등을 한도까지 사용하는 방식이 더해지면 결과적으로 개인 소득을 법인 비용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된다.

"과세도 과도기"…기준은 만들어지는 중

다만 현재로서는 1인 기획사를 둘러싼 과세 기준이 충분히 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과세 논리가 아직 확립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관련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당국의 시도 자체는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는 "실질 소득에 맞는 과세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런 시도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사례를 축적해 나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에 대한 책임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업계에서는 세무사나 회계사의 자문을 통해 법인 구조를 활용해 온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절세 방안을 시도하는 것 자체를 비난의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핵심은 제도 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차 변호사는 "1인 기획사가 형식적인 법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회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기준, 업무 매뉴얼 등 최소한의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사례 중심의 가이드라인 형태로 정리하고, 이후 축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조문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