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가운데 1인 기획사 관련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이세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이예빈 기자


연예인 1인 기획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탈세 여부가 아니라 탈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는 현 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율촌이 최근 발족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 소속 조세 전문가 이세빈 변호사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사례가 부각되면서 전체 1인 기획사가 탈법적 구조로 오해되고 있다"며 "정상과 비정상을 가를 최소한의 세무 기준이 시급하다"고 했다.


현행 제도상 1인 기획사는 불법이 아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르면 1인 기획사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로 등록이 가능하다. 실제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명 연예인 중에도 본인이 대표이자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1인 기획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 변호사는 "개인사업자가 규모 확대에 따라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일반 산업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연예인의 1인 기획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사후적으로 탈세 목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현행 세무 판단 기준, 엔터업계 특수성 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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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행 세무 당국의 판단 기준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페이퍼컴퍼니 여부는 인적·물적 설비를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연예 산업은 구조적으로 최소한의 설비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연예인의 브랜드와 이미지 자체가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사무실 규모나 직원 수만으로 법인의 실체를 판단하는 방식은 엔터 산업에 적합하지 않다"며 "결국 법인이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지, 아니면 개인소득을 단순히 이전하는 구조인지가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과세 당국은 '법인격 부인' 논리를 적용해 과세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 활동은 대체 불가능한 개인의 용역이라는 점에서 법인이 이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고, 법인에 이익이 유보돼 있는 경우 '껍데기 법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반 법인과 연예산업 법인을 구분하는 별도의 제도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다수 연예인이 과세 처분에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법원 판단이 축적되면서 기준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가이드라인 필요하지만…실질과세 원칙 한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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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당국과 업계 간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사전판정 제도 도입 필요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세는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보는 '실질과세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형식적 요건만으로 과세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칫 기계적인 요건 강화는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인 유사법인 유보소득 과세'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당 제도는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개인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세금 회피 목적의 법인 설립 유인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조세 저항과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배당이나 급여로 실제 수령하지 않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 시 손실 처리 방식 등까지 포함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법인에 유보된 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실제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간주 지급으로 보아 과세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법인은 소득을 적절히 배분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개인은 실제 배분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세당국, 엔터 업계 특수성 반영한 내부 지침 마련해야…불확실성↓

사진은 이 변호사. /사진=이예빈 기자


이번 논란이 비용 처리 문제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본질은 '소득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다. 그는 "비용 처리 문제는 소득 귀속 판단에 있어 고려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현재 쟁점은 비용 인정 여부가 아니라 법인 소득이 실제로 개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문제"라고 짚었다.

향후 제도 방향에 대해서는 '허용하되 규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1인 법인 자체를 문제 삼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인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시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터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산업 발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세무상 허용·불허 기준 최소한의 명문화 ▲엔터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내부 과세 기준 마련 ▲법원 판단 축적을 통한 기준 형성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과세당국이 내부 지침을 통해 업계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과도한 과세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