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 증시 호황 등으로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과 함께 최근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추진 등으로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직원도 거액의 차익을 거뒀다는 소식이 들리자 스톡옵션을 보유한 근로자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스톡옵션이 CEO(최고경영자)나 고위 임원 등 고위직만 누리는 ‘그들만의 영역’에서 일반 직원도 ‘대박의 꿈’을 꿀 수 있는 희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후 오히려 머리가 아픈 직원도 많아졌다. 스톡옵션과 연봉 인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고 차익이 생기면 거액의 세금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까지 받아 스톡옵션을 행사해도 주가가 하락하면 ‘대박의 꿈’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스톡옵션, 대박인가 속 빈 강정인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중 스톡옵션을 도입한 회사 비율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90% 이상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상장된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사가 스톡옵션을 도입한 셈이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스톡옵션 자체가 금전적 가치가 아니어서 ‘지급’이 아닌 ‘부여’로 표현한다.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수량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기업 가치가 오르거나 상장하며 주식값이 오르면 그 차익을 볼 수 있게 만든 보상제도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고임금을 주기 어려운 기업은 인재 채용 과정에서 스톡옵션 부여가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실제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자본이 넉넉지 않은 회사는 직원에게 연봉과 스톡옵션을 함께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제시안 A(연봉 70%+스톡옵션 30%)와 B(연봉 100%) 중 직원이 선택하게 하는 식이다.

이때 상장된 주식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몇 배나 높으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인 경우 차익을 볼 수 없어 스톡옵션 행사는 의미가 없다.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가가 1만원이지만 행사요건 충족 이후 회사의 주가(시가)가 1만원 이하로 떨어져 있다면 차익을 볼 수 없어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상장 무산 시 직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높은 가치를 받기 어렵다. 비상장주식도 거래는 가능하지만 매수자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직장인 사이에서 스톡옵션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존재하지만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상장기업 직원 권모씨(42)는 “1년 전 스톡옵션(1만주)을 부여받을 당시 회사 주가는 1만8000원 수준이었다. 주변에서 1억8000만원(1만주×1만8000원)을 받았다며 밥 사라고 난리였다”며 “지금 주가는 9000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냥 종이를 받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스톡옵션? 연봉 더 받을 걸…”
근로자에게 다소 불리한 스톡옵션 행사 요건도 문제다. 스톡옵션은 상법상 2년 이상 재임 또는 재직해야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최소 2년은 회사를 다녀야 한다. 하지만 영세한 회사일수록 직원의 조기 이직을 막기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필수 근로기간을 2년보다 더 길게 설정하는 경우도 많다. 2년간 재직 후 퇴사하더라도 ‘3년 이내 경쟁기업에 입사할 경우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요건도 존재한다.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고 퇴사했던 직장인 김모씨(35)는 “연봉협상 때 스톡옵션을 몇 주 더 받아 급여는 쥐꼬리만큼 올랐다”며 “결국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고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때 스톡옵션을 거절하고 연봉을 높여 돈이라도 더 받았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네이버나 토스 같은 공룡급 기업이 아닌 이상 영세한 비상장 벤처기업에서는 스톡옵션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편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회사가 스톡옵션을 무기로 직원 연봉을 삭감하고 행사요건을 복잡하게 해 놓는 등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세금 폭탄’ 맞는 스톡옵션
고율의 세금도 일반 직원에겐 부담이다. 스톡옵션은 부여받았을 땐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행사 시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은 시가에서 행사가격을 뺀 ‘행사이익’ 비중에 따라 부여된다. 이때 근로자가 재직 중이면 근로소득세를, 퇴사한 시점이라면 기타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후 주식을 팔게 되는 시점에서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소득세법에 따라 소득이 1200만원 이하면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면 15%가 부여된다. 행사이익이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면 38%, 5억원이 초과되면 무려 4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거의 50%에 육박한다. 스톡옵션 행사 후 얻는 이득의 절반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특례제도도 있다. 벤처기업의 임직원이 스톡옵션 행사 시 얻는 이익에서 연 3000만원까지는 비과세를 적용해준다. 행사이익이 5억원 이하라면 소득세는 5년으로 나누어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아닌 직원은 고액 세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분할납부 자체도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논란이 많다.

이밖에도 행사 시점에 소득세를 내지 않고 일정 기간 보류했다가 주식 양도 시 양도소득세로 내는 스톡옵션에 대한 과세 특례도 있다. 양도소득세율은 최고 30%여서 최고 45%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율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이 역시 벤처기업에 한정되며 스톡옵션 전용 금융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등 요건이 다소 복잡해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스톡옵션을 받아도 자금이 없어 행사가 어려운 상황도 생긴다. 예컨대 주당 행사가격이 5만원인 스톡옵션을 1000주만 받아도 행사 시 5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근속연수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라면 당장 이런 거액을 마련하기 힘들 수 있다. 물론 미래의 ‘대박’을 위해 대출을 받는 직원도 많지만 향후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라도 된다면 대출이자만 부담하고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김재욱 법무법인 주현 변호사는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행사를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세금을 냈다가 최악의 경우 회사가 파산하면 대출이자와 세금만 내고 마는 경우도 생긴다. 스톡옵션을 차나 집 같은 자산과 동일하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주는 반기지 않는 스톡옵션
2015년 4월 발생한 ‘백수오 파동’ 당시 내츄럴엔도텍 일부 직원은 가짜 백수오의 진위를 가리는 와중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다. 스톡옵션 행사 공시 당시 내츄럴엔도텍 종가는 9만원이 넘었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주가는 5만원대로 급락했다. 주가 하락엔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하지만 당시 주주들은 내츄럴엔도텍 직원이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한 영향이 컸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스톡옵션은 해당 회사 임직원에게는 대박을 안겨줄 수도 있는 선물이지만 주주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주식 수가 늘어나면 보유주식 가치가 희석된다. 특히 임직원에게 이익을 배당하게 돼 기존 주주의 배당 몫도 줄어든다.
가장 큰 피해는 임직원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가 주가를 급락시키는 경우다. 주주는 회사 임직원의 스톡옵션 파티와 주가 하락을 지켜보며 쓴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물론 스톡옵션 발행 및 행사가 반드시 주가 하락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량의 매물을 쏟아내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방문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스톡옵션으로 상장한 보통주가 모두 시장에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 행위만으로도 개인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상당 부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